'D.P.' 시즌2 한준희 감독, 리얼리티 떨어진단 지적에 대한 반론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3.08.03 09:28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즌1은 공개 당시 '전역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불러 일으키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군 내부의 부조리를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3년 뒤 공개된 시즌2는 이와는 조금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GP, 기차 안에서 수많은 장정을 상대로 액션을 펼치는 정해인의 모습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책임감을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D.P.'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새로운 시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D.P.'는 공개 이후 넷플릭스 한국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비영어권 작품 5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한준희 감독은 "글로벌 인기는 기대하지 않았다"면서도 뜨거운 인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랭킹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국내에서 반응이 좋아서 감사해요. 사실 징병제가 아닌 국가에서는 저희 이야기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글로벌은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해요."





/사진=넷플릭스


'D.P.' 시즌2는 김루리(문상훈) 총기 난사 사건 등 시즌1보다 더 스케일이 커진 사건을 담고 있다. 다만 한준희 감독이 시즌2를 준비하며 집중한 건 사건의 크기가 아닌 인물들의 변화였다.


"이 이야기를 왜 더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조석봉 사건을 눈앞에서 목도한 20대 청년이 온전히 지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준호,호열 뿐만 아니라 범구(김성균), 지섭(손석구)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다 해도 군대에서의 시간은 남아 있잖아요. 영화 속의 캐릭터긴 하지만 그런 일을 목도한 사람들이 어떻게 치유하고 돌파해 나가야 하는지를 큰 줄기로 삼았어요."


한준희 감독의 말대로 시즌1과 시즌2의 여러 사건을 겪으며 인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준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행동을 강행하며 호열은 실어증에 걸렸다가 이를 이겨내기도 한다. 나름의 책임을 지는 범구와 책임감을 알아가는 지섭도 있다.


"준호는 어떻게 보면 융통성이 없는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주변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시즌1부터 보신다면 준호의 이런 행동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실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느끼기도 했어요. 호열이는 사람의 죽음을 보고 본인도 큰 외상을 겪잖아요. 위트와 재치가 있는 인물이지만, 그런 시간을 관통했을 때 멀쩡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오히려 그렇다면 그 캐릭터가 가짜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지섭도 시즌1에 보여준 모습이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본인에게 할 일이 있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인식하고 있다고요. 여러 사건을 겪으며 간부로서의 책임감을 생각하는 과정에 있다고 봤어요."





/사진=넷플릭스


다만, 시즌1이 '준호열'의 버디 케미가 주는 가벼움이 있었다면, 시즌2는 무거운 주제를 끌어온 탓에 조금 더 무거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시즌1 같은 모습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이는 호불호로 다가왔다.



"저희는 단지 보여드린거고 어떻게 감상하셨는지에 대해서 가타부타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이렇게 봐주셨으면 좀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사실 'D.P.'의 소재 자체가 책임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소재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자문했던 부분이에요. 다시 만든다면, 어떻게 돌파하고 몸부림치는지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런 사람들이 보기 드물기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드물다는 건 그래도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또한, GP내에서의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나 준호가 USB를 사수하기 위해 기차 안에서 벌이는 액션신 등의 연출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GP에피소드는 장르적으로 비현실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GP장 역시 의뭉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보통의 연령대보다 높은 분을 캐스팅했어요. 뭐가 진실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인물들이 맹목적이게 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섭이에게 중석이는 정말 좋은 동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가혹행위를 하잖아요. 그런 각자의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준호도 1년이 안 되는 시간에서 죽음을 목격했잖아요. 그러다 보면 머릿속에서 맹목적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정도의 액션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또 결론이 현실적이지 않은데 이 정도의 처절함이 있어야 그 정도의 결론을 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사진=넷플릭스


시즌2 마지막화에서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를 찾아보는 건 쉽지 않다. 한준희 감독은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었다"는 극 중 대사를 인용하며 결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제가 정치가나 사회 운동가도 아니고 영화 시리즈를 만드는 사람인데 최소한 이 이야기를 쓰려면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쓸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시즌1에서는 애쓰지만 이루지 못했다면, 시즌2는 조금이라도 나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인물들이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흔적이라도 남기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게 제 생각의 범주 내에서 작은 것이나마 해내는 것이었어요."


한준희 감독은 인터뷰 중 꾸준히 "1화부터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즌1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시즌2에 다양한 부분에 등장하는 것 역시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시즌 1,2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가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큰 변화 없이 3년 가까이 찍었기 때문이에요. 1~12부를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고 한 호흡에 보시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박성우(고경표)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준호에게 맞은 피해자인데 시즌1에서 매듭을 짓지 못했거든요. 누군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인데 준호가 사과하지 않는다면 책임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이야기에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 호흡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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