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을 가르던 미그(MIG) 15기가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곧장 전투기가 뒤따라붙으며 쫓아왔지만 정낙현(당시 24세)은 이들을 따돌리며 남쪽으로 더 거세게 날아들었다. 1960년 8월3일 대낮에 벌어진 갑작스러운 귀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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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벌어진 귀순…"자유가 그리웠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45분쯤 미그 15기를 몰아 원산기지를 출발해 한국으로 귀순했다. 당시 정 소위는 북한 정규 장교가 아닌 북한 조종학교 학생 신분이었다.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기는 러시아를 비롯해 북한·동유럽 ·중국 등에서 공군 주력기로 채택된 바 있다.
이날 원산 비행장을 이륙해 동료 조종사들과 비행 훈련에 나섰던 그는 편대를 이탈한 뒤 "기체가 고장 났다"며 남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북한 전투기들이 그의 뒤를 추격했지만 정 소위는 이를 따돌리고 대포리 제5비행장에 무사 착륙했다.
김신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경비행기를 몰아 이날 오후 5시30분쯤 정 소위와 함께 서울 여의도 공항에 착륙했다. 정 소위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귀순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북한의 당시 실정을 폭로하며 "자유가 그리웠다"고 답했다. 김신 참모총장은 정 소위를 대한민국 공군 중위로 임관시키는 한편 상금 1000만원과 금성충공무공훈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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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장막' 뚫고 날아든 전투기…北 공군들의 남한행━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53년 9월21일 오전, 당시 21세였던 노금석 상위(대위)가 미그 15기에 백기를 단 채 김해 공항에 착륙했다. 노 상위는 북한의 최연소 엘리트 조종사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몰고 온 미그 15기는 최초로 '철의 장막'을 뚫고 귀순해 왔다. 철의 장막은 당시 소련 중심의 공산주의 국가와 비공산주의 국가 간의 경계선을 풍자한 상징적표현이다.
1955년 6월21일 야크18 훈련기를 타고 북한 조선항공사령부 독립연대 858군부대 소속 이운용 상위와 이인성 소위가 귀순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1시쯤 소속 부대를 무단 이탈해 야크 18 훈련기를 타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상공에 도착했다. 1970년 12월3일에는 당시 33세였던 박순국 소좌(소령)가 미그 15기를 몰고 강원 고성 해안가에 불시착한 뒤 귀순했다.
1983년 2월25일 있었던 북한 이웅평(당시 29세) 대위의 귀순은 가장 잘 알려진 귀순 사례 중 하나다. 당시 한미 연합 팀스피릿 훈련이 진행 중이었고, 북한군은 이에 맞서 대대적인 전시 대비 훈련을 펼치는 등 긴장이 커진 상황이었다. 이 대위는 이 틈을 타 훈련 편대 비행에서 빠져나온 뒤 남쪽으로 기수를 돌렸고, 미그 19기를 몰고 한국으로 귀순해 왔다. 당시 이 대위는 북에 있을 때부터 비행기 라디오로 남한 방송을 몰래 청취하며 공산주의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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