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땐 작업중지" 의무화 드라이브 거는 민주당···현실성 있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차현아 기자 | 2023.08.02 05:41

[the300]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를 찾아 폭염 속 우체국 택배 등의 분류작업을 하는 노동현장을 점검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08.01.

폭염 속 야외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입법에 드라이버를 걸고 있다. 기후변화로 과거 빈발하는 폭염시 작업 중지를 의무화하자는 취지인데, 납기 문제 등이 걸린 산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오전 서울 광진구에 있는 동서울우편물류센터를 방문해 택배 분류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의 고충을 살핀 뒤 기자들과 만나 "기준을 초과하는 폭염이 발생하면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라며 "이달 중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발생하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코스트코 한 지점에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지난달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폭염에 근무시 산업안전보건 규칙대로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는 이유를 들어 1일 하루 동안 파업에 돌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간 여름철(6~8월)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 총 156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이 중 16.6%(26명)이 사망했다. 또 업종별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옥외작업 빈도가 높은 건설업(76명·48.7%), 환경미화 등 서비스업(42명·26.9%) 등에서 환자가 발생했고 실내 작업 비중이 큰 제조업에서도 발생(24명·15.4%)했다.

기후변화로 야외 근로가 어려운 날들이 점차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회에서도 해마다 '폭염이나 혹한시 작업 중지'의 내용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돼 왔다.

한 국회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도 정부나 사업주가 폭염 대책을 마련토록 돼 있거나 고용노동부도 권고안을 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는 만큼 관련법 개정안이 본격 논의되진 못했었다"고 말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폭염은 자연재난 범위에 속해 매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폭염 대책을 마련토록 돼 있다. 또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가 폭염시 휴게시간 지정 등 적절한 조치를 할 뿐 아니라 그늘막 등 시설을 설치토록 돼 있다.

다만 대부분 권고사항인 만큼 한 발 더 나아가 '의무화'를 명시한 법개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을(乙)'의 위치에 있는 근로자가 제대로 권리 주장을 하기 힘들어 실제 현장에서 규정 준수가 되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해를 거듭할수록 폭염 일수가 늘어나는 것도 이 목소리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폭염·한파시 △특별시장 △광역시장 △특별자치시장 △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로 하여금 사업주에게 해당 작업의 중지를 명령하도록 하고 사업주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5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2020년 대표발의했다.


이용빈 민주당 의원은 근로자의 노동환경에 위협을 주는 기후여건 도래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업중지, 휴게시간 조정 등 조치를 하도록 한 것은 물론, 정부가 작업중지에 따른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2021년 냈다.

아울러 폭염에 따른 작업중지로 계약 기한 연장, 사업마감 기한 연장 등이 불가피한 사업주에 대해 부당한 손실과 피해가 발생치 않도록 정부는 해당 사업주를 보호하고 사업자 간 갈등사항을 중재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지방자치단체 장이 자연재난으로 인해 근로자 생명·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업주에게 해당작업의 중지를 명령토록 하고 사업주가 따르지 않을시 3000만원 과태료를 물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같은 취지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내면서 법 적용 대상을 단순히 옥외근로자 뿐 아니라 물류센터 근로자로도 확대토록 했다.
휴게 대책 현장 미준수 쿠팡, 노조 설립이후 파업 /사진=임한별(머니S)
산업계에서는 이같은 개정안 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작업 중지가 이뤄지면 정해진 납기에 물량 소화를 위해서 추가 인원을 뽑아 작업해야 할텐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따라서 조선업, 건설업 등 현장에서 얼음물이나 냉조끼 등을 지급하면서 현장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의원들께서 폭염 등으로 인해 납기가 미뤄지는 경우에 대한 일종의 면책, 작업 중단시 근로자에 대한 임금 보전의 내용 등을 개정안에 담은 것으로 아는데 산업안전보건법이 개별 계약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부 재정이 허락할지 등 의문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선영 환노위 전문위원은 지난 2021년 9월 이용빈 의원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내면서 "현행법에서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키는 등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기상법'에 따른 폭염·한파특보가 발령된 경우가 작업중지를 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나뉠 수 있어 사업주와 근로자 간 충분한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원과 관련, 재정 수요의 예측이 어렵고 과도한 예산 소요의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법안들은 모두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한 환노위 관계자는 "위의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그동안 우선 순위에 밀려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지만 다음 소위원회에서는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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