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토큰증권을 이해하는 핵심단어 3가지

머니투데이 추효현 서울거래 부대표 | 2023.08.01 09:30
요즘 여의도 금융권의 화두는 토큰증권이다. 2030년 국내 367조원, 전세계 5200조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씨티은행이 예측한 토큰증권 시장규모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와 은행도 토큰증권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토큰증권의 특성은 조각, 속도, 연결 3가지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단어는 조각이다. 조각투자 대상은 계속 확대되어 왔다.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 조각이고, 회사채는 채무 조각이다. 부동산이나 자동차 할부금도 리츠나 유동화증권을 이용해서 나눈다. 토큰증권이 도입되면 발행과 거래 비용이 절감되므로 더 많은 재산이 쪼개질 것이다. 미술품, 한우, 탄소배출권, 특허권 등이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사례로 독일의 지멘스는 올해 무기명 회사채를 폴리곤이라는 블록체인에서 발행했다. 미국의 아이엔엑스(INX)는 6종류의 토큰증권을 발행했는데 홈페이지에서 한국 여권으로 회원 가입하면 거래할 수 있다. 아직 초기 시장이라서 거래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미국 투자자들도 한국 토큰증권에 투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두 번째 단어는 속도다. 토큰증권이 제도화되면 금융의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는 주주총회를 위해 주주명부를 작성하려면 한 달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토큰증권으로 발행되면 주주명부 확인은 언제나 가능하고, 작성 시간도 하루면 충분하다. 블록체인 위에서 주주명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자 명부, 수익자 명부, 투자자 명부 역시 신속하게 작성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취업 시장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청년들이 높은 스톡옵션만 보고 취직했다가 후회한다. 수년간 고생해서 주식을 받아도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거래하려면 차량등록번호가 필요한 것처럼 주식을 거래하려면 각 회사 주식별 고유번호가 필요하다. 이런 고유번호를 받는 절차가 전자등록과 예탁인데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부담된다.


토큰증권이 이런 장벽을 제거하면 회사도 부담없이 전자등록할 수 있고 직원들도 스톡옵션을 믿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앞으로는 회사의 구인 광고에 이런 문장이 들어갈지 모른다. '우리 회사 주식은 토큰증권으로 전자등록 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단어는 연결이다. 토큰증권은 다양한 주제로 연결된다. 예를 들면 장래 스테이블코인으로 토큰증권을 매매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이 시행되고 있고, 미국은 법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외국인의 토큰증권 구매를 허용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과 직접 연결된다. 가상자산 지갑으로 토큰증권의 이동을 허용하면 디지털 세상(Web3)과 연결된다. 탈중앙신원증명(DID), 메타버스(Metaverse) 산업과의 연결이다.

국내 토큰증권은 발행과 유통이 분리되고 장외중개 플랫폼에 등록된 고객간 거래만 허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가상자산을 둘러싼 사건 사고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사랑하는 토큰증권 상품이 많이 출시돼서 시장이 커지고 규제가 완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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