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개 속을 헤매는 운전자를 위하여

머니투데이 유희동 기상청장 | 2023.08.01 03:00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5리(里)나 되는 짙은 안갯속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의 진행 상태나 종적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시야를 흐리게 하고 앞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안개는 지표 가까이 떠다니는 작은 물 입자로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낮아지는 기상 현상이다. 안개의 특성은 수평 또는 수직으로 매우 국지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산사면을 타고 오르는 기류에 의해 발생하는 활승안개의 경우 공중에서 얇은 층 형태로 발생하기도 한다. 안개는 수평으로도 작은 범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위치, 시간, 강도 등의 예측은 물론 발생 여부를 감시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짙은 안개는 항공기를 결항시키기도 하고 일조량을 떨어뜨려 농작물 성장을 저해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 피해를 준다. 미세먼지 농도까지 높은 경우 미세먼지가 안개 입자와 결합해 안개 농도가 짙어지고 호흡기 질환 가능성도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안개는 우리 생활에 많은 피해를 주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대형 교통사고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안개 낀 날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비나 눈 같은 다른 기상 현상이 나타났을 때보다 2~3배 이상 높다. 짙은 안개가 낀 도로에서는 조금만 부주의해도 연쇄 추돌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5년 2월 11일 영종대교 104중 추돌, 2016년 1월 3일 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 17중 추돌이 그렇다.

도로교통법에서 폭우, 폭설, 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m 이하면 최고속도보다 50% 이상 감속해 운행하도록 하는 게 이 때문이다.


기상청에서는 도로 살얼음과 안개로 인한 사고를 줄이고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31개 주요 고속도로에 기상관측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지난해 설치한 중부내륙고속도로 기상관측 자료를 이용해 도로 살얼음 발생 가능 정보를 시험 서비스했다. 올 7월부터는 도로 안개 위험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정보에는 기상 위성을 이용한 안개 원격탐측 기술, 시정계를 이용한 가시거리 측정 기술, CCTV(폐쇄회로TV) 영상에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안개 탐지 기술 등이 동원됐다.

도로 가시거리 위험정보는 관심(가시거리 1,000m 이하~500m 초과), 주의(500m 이하~200m 초과), 위험(200m 이하) 3단계로 산출한 뒤 민간 내비게이션 업체와 한국도로공사에 5분 간격으로 제공된다. 운전자는 차 안의 내비게이션과 도로전광판(VMS)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도로 위 운전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위험 기상정보 제공 서비스는 정부와 공공, 그리고 민간이 함께 참여한 바람직한 협업 모델이다. 도로 가시거리 위험정보를 통해 안개 속을 헤매는 운전자들이 안전 운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한 교통 생활을 책임지는 믿음직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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