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엄벌' 입법 단행한 국회…부당이득 '위헌' 논란 계속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정경훈 기자 | 2023.08.01 14:00

[MT리포트-라덕연 사태 100일]④부당이득 산정기준 시행령 위임, 위헌 논란

편집자주 | 자본시장을 뒤흔든 라덕연 게이트가 터진 지 100일이 지났다. 충격은 단발적이었지만 생채기는 컸다.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개선과 검찰수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역대급 주가조작 범죄로 기록될 이번 사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복기해본다.


주가조작 부당이득에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위헌 논란에 부딪혔다. 양형의 핵심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방식을 법률에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폭락 사태에 따른 투자피해자들의 '주가조작 엄벌' 주장에 편승해 졸속 입법을 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조항은 제442조2항으로, 위반행위 유형별로 부당이득을 산정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법조계에선 이 조항이 위임입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벌은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부당이득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징역 3년 이상, 부당이득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지는 등 부당이득 액수에 비례해 형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법률 개정이 만만찮으니 국회가 쉬운 길을 택한 듯한데 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헌법)도 "산정방식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도 지난 6월 비슷한 취지의 우려를 담은 검토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법원행정처는 "헌법재판소 결정(94헌마213)에 따라 긴급하거나 미리 법률로 자세히 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형벌의 종류와 상한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전제로 위임입법이 허용되지만 부당이득액의 구체적 산정방식 등 변수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것이 이런 경우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산정 방식에 따라 정해지는 형벌의 종류나 폭이 매우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등 정부 측은 주가조작범을 엄단해야된다는 사회적 목소리에 부응한 입법으로, 그간 제기돼왔던 법적인 쟁점과 우려사항은 정부측 수정안으로 충분히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법개정을 위한 국회 본회의를 이틀 앞두고 정부는 국회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불공정거래는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와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아가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위반행위임에도 엄벌은 내려지지 않아 수많은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법안 통과를 통해 주가조작범을 엄벌하겠다는 국회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이번 기회에 표명해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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