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바지 벗고 '폴짝폴짝'…TV 앞 얼어붙은 시청자들[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 2023.07.30 05:30

편집자주 |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5년 7월 30일 MBC 음악캠프 무대에 오른 인디 밴드 멤버들이 성기를 노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신동
2005년 7월 30일 오후 MBC를 보던 시청자들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음악 방송에 나온 인디 밴드 멤버들이 느닷없이 무대 앞으로 나오더니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하는 초대형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당시 프로그램은 생방송 중이었고 이들의 성기 노출 모습은 전파를 타고 전국에 고스란히 방영됐다. 이들의 기행은 국민적인 충격을 준 것뿐 아니라 인디밴드 전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성기 노출하더니 '폴짝폴짝'…7초간 전국 생중계


18년 전이던 오늘 MBC에서는 음악 프로그램 '음악캠프'가 방송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녹화가 아닌 생방송이었다. 당시는 인디 밴드가 조금씩 주목받는 때였고 MBC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이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고 당일에는 인디 밴드 럭스가 공연에 나섰다. 럭스는 자신들만 무대에 서면 허전해 보일 것을 우려해 다른 인디밴드 동료들을 불러 함께 공연을 펼쳤지만 이 선택은 독이 됐다.

간주가 흘러나오고 있을 무렵, 광대 분장을 한 밴드 카우치 멤버 1명과 스파이키 브랫츠 멤버 1명이 갑자기 무대 앞으로 나오더니 성기를 노출한 뒤 무대 위를 폴짝폴짝 뛰기 시작한 것이다.

당황한 카메라맨은 이들이 보이지 않도록 줌인하더니 이내 화면을 관객석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 사이 이들의 성기와 엉덩이 등 신체는 약 7초가량 전파를 탔다.

카메라에 비춰진 방청석 분위기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모두 그대로 얼어버린 듯 딱딱한 표정이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부분이다.


마약 검사했지만 음성…"맨정신에 일 벌인 게 더 대단"


성기 노출 사고 당시 방청석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신동
당연한 결과지만 성기 노출 사건을 일으킨 이들은 바로 경찰에 연행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을 무대에 세운 밴드 럭스와 제작진까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사전 모의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경찰은 또 일반적으로 벌일 수 없는 행위를 한 만큼 이들을 상대로 마약 투약 여부까지 검사했다. 하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당시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음악(펑크록)을 알리고, 재밌게 놀아보자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방송 3일 전 두 사람이 성기 노출을 사전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대 주인공이었던 밴드 럭스를 비롯해 함께 무대에 오른 다른 밴드 멤버들도 이런 계획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은 공연음란죄와 업무방해죄로 구속기소 됐지만 젊은 나이의 혈기와 업무 방해의 고의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불후의 명곡', '뮤직뱅크' 등을 제작한 권재영 전 KBS PD는 지난 5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방송 사고를 언급하며 "사건 당사자들은 마약 조사까지 받았는데 결국 음성이 나왔다. 맨정신에서 저지른 일이란 게 더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방송 시스템까지 바꾼 초유의 사고


2005년 7월 30일 MBC 음악캠프 무대에 오른 인디 밴드 멤버들이 성기를 노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신동
사고 여파는 인디 음악계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이 사건으로 인해 홍대 앞 클럽들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됐고 사회적으로 인디 음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굳어졌다. 실제 사고 발생 이후 2009년까지 4년 동안 인디 밴드들의 지상파 출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인디 밴드의 방송 출연이 막히면서 국내 대중음악계 전체의 다양성과 역동성도 상당히 후퇴하는 계기가 됐다.

사고 여파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한 데 이어 사고 발생 당일로 음악캠프를 종영시켰다. 방송이 폐지되면서 담당 PD와 스태프 등 여럿이 직업을 잃게 됐다.

또 방송 3사의 생방송 시스템 전체가 바뀌기도 했다. 동시 방송이 아닌 '딜레이'(지연) 방송이 생긴 것이다. 이는 실제 나가는 방송보다 시청자들이 보는 시점은 5초~10초, 많게는 5분가량 늦어 지는 방식이다.

가수 고(故) 신해철은 당시 라디오를 진행하며 이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10년쯤 뒤로 후퇴시킨 쓰레기들", "동료들과 인디 음악 팬들의 등에 칼을 꽂은 놈들"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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