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역풍?…코난에 밀린 '바비', 한국만 빠진 흥행 열풍 이유

머니투데이 차유채 기자 | 2023.07.29 07:00

[영화있슈]
영화 '바비', 북미서 오프닝 스코어 경신
韓서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에 밀린 5위
"페미니즘 메시지→비인기 캐릭터 한계"

영화 '바비'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바비'가 개봉 첫 주말 1억5500만달러(약 1997억원)를 벌어들이며 2023년 북미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하는 등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기준 '바비'는 국내 박스오피스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 '흑철의 어영'보다 낮은 순위로 △출연 배우들이 국내 팬들에게도 인지도 높은 할리우드 스타라는 점 △마고 로비가 내한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아쉬운 성적표라는 평가다.



북미, 바비+오펜하이머 '바벤하이머' 열풍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합친 '바벤하이머' 밈 관련 사진 /사진=트위터 캡처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는 지난 20일(이하 현지 시간) 북미 지역에서 동시 개봉했다.

상반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두 영화이기에 개봉 전만 해도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20만명 이상의 관객들이 두 영화를 같은 날 한 번에 보겠다고 응답할 정도로 두 영화를 향한 기대감이 증폭됐다.

이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합친 '바벤하이머(Barbenheimer)'라는 밈까지 등장했다.

밈에는 '바비' 인형들의 세상에 '오펜하이머' 핵폭탄을 상징하는 버섯구름이 솟구치는 모습을 비롯해 영화 '라라랜드' 포스터에 영화 '바비'의 주인공 마고 로비와 '오펜하이머'의 주인공 킬리언 머피를 합성한 모습이 담겼다.

'바벤하이머' 밈 열풍과 관련해 데이비드 A. 그로스 프랜차이즈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화들은 서로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관람에 대한 흥미를 유발함으로써 서로를 돕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4일(현지 시간) '바벤하이머' 열풍 관련 질문을 받은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 /워싱턴 AFP=뉴스1

심지어 '바벤하이머' 열풍은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이어졌다. 24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 도중 한 기자는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에게 "'바비'나 '오펜하이머'를 보았느냐"고 질문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영화를 보진 않았다면서도 "그 질문을 받을 줄 알았다"며 '바벤하이머' 열풍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기록 '바비', 韓서는 주춤…페미니즘 논란에 엇갈린 남녀 평점


영화 '바비'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이처럼 '바비'는 워너브러더스 역사상 프랜차이즈 영화를 제외하고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개봉 첫 주에만 전 세계에서 약 2900만명의 관객들이 '바비'를 관람했으며 호주, 영국 등 18개 국가에서 2023년 개봉작 중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16개 국가에서는 워너브러더스 역사상 역대 최고치의 오프닝 스코어와 박스오피스 1위를 동시에 기록했다.

그러나 '바비'는 한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개봉한 지 1달이 넘은 '엘리멘탈'과는 28일 기준 일일 관객 수에서 6배가량 차이가 나며, 공포 장르이기에 흥행에 한계가 있는 '인시디어스: 빨간 문'과도 간신히 격차를 벌리고 있다. 누적 관객 수 역시 35만명에 불과하다.

이는 '바비'가 페미니즘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는 소문이 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8일 기준 포털사이트에서 '바비'의 관람객 평균 평점은 10점 만점에 8.56점으로, 여성 관람객 평균 평점이 9점대인 것에 반해 남성 관람객의 평균 평점은 5점대를 기록 중이다.

실제로 일부 관객들은 "메시지에 잡아먹힌 괴작", "페미 영화인 줄 알고 봤지만 너무 극단적이라 보는 내내 불편했다", "남녀평등을 말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너무 유치하고 어이없었다" 등 혹평을 쏟아냈다.



"'바비', 韓서 사랑받는 캐릭터 아냐…입소문도 부재"


영화 '바비'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이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페미니즘 메시지가 (영화 흥행 부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 평론가는 또 "애초에 '바비'는 주 타깃층이 여성인데, 여성 관람객 사이에서도 크게 호감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관심도가 덜한 것 같다"며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바비'라는 캐릭터가 크게 사랑받는 캐릭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바비'가 미인의 상징이다. '바비'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스타급이기에 해외에서는 기대감이 반영돼 인기 몰이를 하는 것"이라며 "(반면 국내에서는 '바비' 관련 긍정적인) 입소문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흥행 부진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영화 '걸캅스'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앞서 '바비'와 비슷하게 페미니즘 영화 논란에 시달렸던 '걸캅스'는 극과 극 평가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하 평론가는 "영화의 성격이나 내용이 의미가 있으면 관객들도 강하게 반응한다"며 "(애초에) '바비'를 향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관심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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