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이 봐도 황홀하고 스펙터클한 우주 체험, '더 문'

머니투데이 정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3.07.28 11:35

수만가지 감정이 오가는 도경수의 압도적 연기가 주는 감동

'더 문', 사진=CJ ENM


‘더 문’은 SF 영화다. 달을 탐사하기 위한 우주선에 탑승한 대원이 홀로 남겨지고, 그를 구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공간과 이야기 자체가 스펙터클하니, 수준급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VFX)가 빚어낼 비주얼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더 문’은 김용화 감독의 영화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신과함께’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김용화의 영화는 언제나 용서와 화해, 구원 등의 키워드를 담으며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니까 ‘더 문’ 그간 SF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풍경 속에 지극히 한국적인 감동의 스토리텔링을 담은 영화다.


‘더 문’은 5년 전 달 탐사선 ‘나래호’의 실패를 딛고 다시금 달을 향한 여정을 떠나는 ‘우리호’에 대한 소개 영상으로 시작한다. 시간적 배경은 2029년. 독자적인 기술로 달 유인탐사선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을 지닌 대한민국은 국제우주연합을 탈퇴한 상태인지라 ‘우리호’의 성공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태. 그러나 이 위대한 도전은 시작부터 여의치 않다.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태양풍이 우리호를 덮치면서 선외에서 수리 중이던 두 명의 동료 대원이 목숨을 잃고, 우주선 조종에 능숙하지 않은 UDT 출신 황선우(도경수)만 남았다. 그를 구하기 위해 전임 우주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이 호출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정거장 총괄 디렉터 윤문영(김희애)도 얽힌다.


'더 문', 사진=CJ ENM


영화의 플롯은 단순하다. 우주에 고립된 황선우를 구하라. 5년 전 나래호의 실패 때 세 명의 대원을 잃었고, 지금 우리호에서도 두 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었으니 남아 있는 황선우를 구하기 위해 대한민국 모두가 염원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랄까. 게다가 황선우 구조 작전에 호출된 김재국은 황선우에게 부채 의식이 있다. 황선우의 아버지가 나래호 프로젝트 실패의 여파로 생을 마감했던 김재국의 동료이기 때문. 김재국의 전 부인인 윤문영 역시 지금은 김재국은 물론 대한민국과 인연을 끊은 상태지만 황선우를 향한 김재국의 부채 의식을 잘 알 수밖에 없다.


김재국을 비롯한 모두가 황선우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단순한 플롯은 달과 우주라는 낯선 풍경이 빚어내는 압도감으로 상쇄된다. 무중력 상태의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모습이나 영상 130도와 영하 170도를 오가는 극한의 환경과 크고 작은 분화구를 지닌 달의 표면과 그를 오가는 월면차 같은 것이야 여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봤던 것이라지만, 달 착륙선이 모선에서 분리돼 달 표면에 내려앉는 모습이나 월면석을 모아 담고 달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얼음 시료를 채취하는 등 현실을 토대로 한 상상력의 장면들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빗발치는 유성우를 피해 월면차를 타고 달 표면을 질주하는 황선우의 모습은 ‘우주판 매드맥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릴이 넘친다.


'더 문', 사진=CJ ENM


제작비 280억원을 들인 ‘더 문’이 구현하는 달과 우주는 ‘우리의 기술이 이토록 진일보했다’는 자신감이 돋보일 만큼 실감이 난다. 기획 단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가 연구기관, 미국 항공우주국 인력의 자문을 받아 어느 정도 실증이 가능하거나 과학적 검증을 거쳤거나 혹은 유추가 가능한 부분을 담고자 노력했다는데, 실제 NASA에서 사용하는 부품과 소재를 활용한 달 탐사선 세트와 실제 달에서 운행과 기본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를 높인 월면차 등이 현실감을 부각시킨다. 촬영부터 VFX, DI 등 전 과정을 4k로 작업한 것은 물론 한국 영화 최초로 시작부터 돌비시네마 포맷으로 제작하여 아이맥스 상영관이나 돌비 상영관 등 특수관에서 관람했을 때 만족감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듯 ‘더 문’은 SF 영화지만 김용화 감독이 표방하는 한국형 SF 영화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김용화 감독도 ‘더 문’을 단순한 SF가 아닌 용서와 구원, 위로를 담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영화적 의미를 120% 구현해내는 건 황선우를 맡은 도경수다. ‘카트’ ‘괜찮아, 사랑이야’ ‘신과함께’ ‘백일의 낭군님’ ‘스윙키즈’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기에 대한 노력과 진심을 잘 보여준 바 있는 도경수는 ‘더 문’에서 영화의 서사와 감정을 오롯이 표현한다. 와이어를 부착하고 무중력 상황을 표현하는 동시에 과거의 트라우마와 동료를 잃은 애달픔,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공포, 절망과 희망 사이를 무수히 오가며 생기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섬세한 눈빛과 표정으로 그려낸다. 진일보한 기술이 구현하는 장엄한 우주의 비주얼에 디테일한 연기로 감정을 극대화하는 도경수의 고군분투가 맞물리면서 ‘더 문’은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하는 당위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사진=CJ ENM


과학과 담을 쌓은 문과 출신이어도 관람에는 문제없다. 영화 속 과기부 장관(조한철)처럼 손에 땀을 쥐고 황선우가 무사히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지 염원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마음이 이 영화의 주된 정서이니까. 과학적 맥락은 잘 몰라도, ‘더 문’이 보여주는 화면은 그간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등 우주 배경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내심 부러워했던 입장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압도적인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더 문’은 8월 2일 개봉한다. 129분, 12세 관람가.


덧-특별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이 반갑다. 짧은 분량이 아쉬울 만큼 존재감 짙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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