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때문에"…1세대 바이오 창업주들, 최대주주 내놓는다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 2023.07.30 10:55

파멥신, 최대주주 변경…곧 대표이사도 변경
"시장서 바이오 소외, 자금조달 어려움 가중"
알테오젠 창업자도 '매각 타진' 소식 알려져

파멥신, 헬릭스미스 등 1세대 바이오 창업주들이 잇따라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고 있다. 오랜 적자로 재정난에 시달리다 연구개발비,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부분은 지분 매각 후 경영에서도 물러났다. 하지만 일부 창업주는 지분 매각 후에도 회사에 남아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항체치료제 개발기업 파멥신은 최대주주가 유진산 대표에서 유콘파트너스로 바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지난달 발표한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주금이 납입된 데 따른 변화다. 이에 유 대표의 파멥신 지분율은 5.23%에서 0.05%로 하락했다. 유콘파트너스는 지분율 6.15%를 확보하면서 파멥신의 새 최대주주가 됐다. 이로써 유 대표는 창업 15년만에 파멥신 최대주주에서 물러났다.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다. 파멥신은 유증을 결정한 당시 "운영자금 및 연구개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발표했다. 파멥신은 2008년 설립됐지만 작년 매출이 2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매년 100억~300억원대에 달했다. 이로 인해 작년엔 3년간 진행해 온 재발성 교모세포종 신약 후보물질 임상을 중단했다. 하지만 적자 흐름이 바로 끊어지진 않았다. 올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으며, 결손금이 599억원까지 불어났다. 현재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는 만큼 생존을 위해선 외부자금 유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 자본시장에선 회수 불확실성, 오랜 불신 등 요인으로 바이오를 외면하는 추세였다. 중소벤처기업부 및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바이오·의료 부문 투자액은 152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2% 줄었다. 2021년 1조6770억원에서 작년 1조1058억원으로 34%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파멥신도 경영권 매각을 결정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 대표는 조만간 대표에서도 물러난다. 파멥신은 최대주주 변경 소식을 전하면서 "대표이사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달 임시 주총을 열고 사중진 코리아다이아몬드거래소 대표, 오광배 전 키프코씨앤아이 대표 등 2인을 사내이사로, 김성훈 변호사와 정지숙 세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그 동안 파멥신은 이사회를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1인으로 구성해왔다. 이를 감안해 이사회 구성원들의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팬젠크리스탈지노믹스도 올해 최대주주가 바꼈다. 2001년 설립(2010년 재설립)된 팬젠은 올 초 창업자인 윤재승 대표, 최대주주인 김영부 대표 등 10인이 지분 20.43%를 234억원에 크리스탈지노믹스, 화일약품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2000년 설립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달 최대주주가 조중명 창업자에서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로 변경됐다. 조 창업자는 최대주주 변경 전 사내이사 및 대표직에서 물러놨지만, 최대주주 변경 후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두 회사 역시 매각 전 적자에 시달리던 상황이었다.

상황은 김선영 대표가 1996년 설립한 유전자치료제 전문기업 헬릭스미스도 마찬가지다. 최대주주가 김 대표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지분율 7. 3%)으로 바꼈다. 헬릭스미스도 매년 400억~5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다. 올 3월 말 결손금만 4082억원에 달한다. 무산되긴 했지만 최근에는 알테오젠도 매각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테오젠은 바이오 플랫폼 개발기업으로 LG생명과학(현 LG화학) 출신인 박순재 대표가 2008년 설립했다. 매년 수백억원대 매출을 냈지만 영업적자도 수백억원대를 기록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바이오가 주식시장에서 소외되는 등 바이오 투자자들의 엑시트에 한계가 생기면서 바이오사들의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바이오 특성상 매출도 당장 발생하지 않다보니 매각을 결정하는 바이오사들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주로서는 회사 발전 측면에서 전문화 된 경영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며 "새 경영진이 혁신적이고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야 제2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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