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옥스포드이코노믹스와 공동으로 발표한 '치핑 어웨이(Chipping Away): 미 반도체산업이 직면한 노동시장 격차 평가 및 해결'이란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이 6만7000명의 인력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 반도체업체들이 2030년까지 미국에 11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미국 학위 수여율을 고려하면 새로 생긴 일자리의 58%인 6만7000개 정도가 채워지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특히 엔지니어 부족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모자란 석·박사 엔지니어는 전체 부족 인력의 41%인 2만7300명으로 추산됐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 과학, 수학, 공학 등 이과를 전공하는 미국인이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이과 전공생들은 대부분 외국인으로 졸업 후 미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대학 석사 졸업생의 50%, 박사 학위 소지자의 60% 이상이 외국인이다. 이들 중 석사 80%, 박사 25%는 이민정책의 장벽과 자신의 선택으로 졸업 후 미국을 떠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약 1만6000명의 석·박사급 외국인 엔지니어가 매년 미국을 떠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중 간 긴장 고조도 여기에 한몫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박사학위취득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이전까지 중국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박사학위 취득자의 80% 이상이 미국에 남을 계획을 밝혔으나 2021년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74%로 줄었다.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은 이미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계획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앞서 미국 내 전문인력 부족으로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공장의 가동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약 1년 연기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애리조나 공장 설립을 위해 대만에서 전문 엔지니어를 파견해 미국 현지 근로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며 "현지에 첨단 장비를 설치할 만큼 (미국이)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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