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서 주춤, 삼성 4나노 선점 '기회'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3.07.25 05:10

인력난·건설비 상승 애로
미국 공장 가동, 1년 연기
내년 양산 앞둔 삼성 미소

TMSC가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모습/사진=타이완타임스
"터질 게 터졌다", "무리하다가 탈이 났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 가동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연기한 것을 두고 24일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나온 평가다. 막대한 보조금을 주겠다는 미국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딴판인 미국 반도체 투자의 허상이 드러났다는 얘기다.

업계는 TSMC의 공장 가동 연기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지난 몇 십년간 반도체 제조 기반이 전무했던 만큼 관련 건설 여건이 부실하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또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인텔 등 2021년부터 줄줄이 미국 투자에 뛰어들었던 여러 반도체 기업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복병은 인력난이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었는데, 미국엔 5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을 관리할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애리조나 반도체 생산이 (기존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된다"며 "첨단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해 대학교부터 경쟁사까지 접촉하며 사방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건설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미국 투자를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가 초기 단계보다 치솟으면서, 올해 중 공장 완공을 목표로 건설 속도를 올리면 그만큼 공사 비용이 함께 올라가는 상황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비용이 처음 계획보다 80억 달러 이상 늘어날 것이라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최대 25억5000만달러)보다도 크다. 인텔과 TSMC도 초기 계획보다 공장 투자 규모를 늘렸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지 부가 비용 때문에 미국 건설 상황이 좋지 않다"며"'일주일 단위로 공사 기간을 당기면 추가금 얼마' 이런 식으로 요구하니 건설비용이 치솟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미국으로부터 받는 인센티브보다 초과되는 비용이 더 높아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독소조항 요구 등 미국 정부의 보조금 신청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도 기업들이 불만을 갖는 요소다. 미국은 초과이익 발생 시 보조금의 최대 75% 회수와 영업상 기밀에 해당하는 상세한 재무정보 공개 등을 요구했다. 기업들로선 돈은 돈대로 토해내고 기술 유출 위험까지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사진=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인스타그램
업계는 미국 투자의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버티는' 것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TSMC의 제품 생산 연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4나노 제품 생산 계획을 당초 2024년으로 했지만, 이대로라면 삼성전자가 1년 빨리 4나노 제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한번 맺은 고객사와 계약이 이어지는 파운드리 수주 계약 특성상 4나노 고객사를 선점하면 추후 계약에도 유리할 수 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TSMC의 공장 가동 연기 발표 바로 다음 날인 21일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탄력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TSMC외에 다른 제조 역량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7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뿐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 사장은 이달 초 테일러 공장을 직접 방문해 공사가 진행 중인 사진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며 "내년 말에 여기서 4나노 반도체가 양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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