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좋아진 것이 차입금 증가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기업 10개사 중 9곳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시장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107개사 응답)으로 '자금사정 현황'을 조사해 2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31.8%가 전년 동기 대비 자금사정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악화됐다'는 응답은 13.1%에 그쳤고, '비슷하다'는 답변은 55.1%였다.
전경련은 자금사정 개선의 주요 원인이 영업이익 증가로 인한 유보자금의 증가가 아니라, 차입금 증가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중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52.9% 감소한 반면, 회사채 발행, 은행 차입 등 직·간접금융 시장을 통한 차입금 규모는 10.2% 증가했다.
응답기업의 86.9%는 올들어 은행 등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52.4%는 회사채 등 직접금융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6.0%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인 3.50%를 꼽았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차입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추가 인상하더라도 시중금리 상승으로 상당수 기업이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지난 2년 동안 기준금리가 3.0%포인트 인상된 이후,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평균 13.0%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올 하반기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35.5%)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5.6%)을 크게 웃돌았다. 자금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설비투자(38.7%) △원자재·부품 매입(32.3%) △차입금 상황(11.2%) △인건비·관리비(10.5%) 등의 순이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기업들은 경기침체, 수익성 악화로 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비용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기업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신중한 통화정책 운용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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