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열의 Echo]당신의 아이는 오늘도 잘 버티고 있나요?

머니투데이 송정열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 2023.07.25 05:30
# "아무리 평균이라지만 너무하네. 초등생 기본만 해도 월 100만원."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만을 기준으로 한 월평균 사교육비는 51만4000원이었다.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그러나 학부모로 추정되는 독자들은 이 내용을 전하는 기사에 분노를 담은 댓글들을 달았다.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와 현실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었다. 한마디로 '평균의 함정'을 고려하더라도 통계가 엉터리라는 것이다.

대치동의 유명 초등학생 수학·영어학원의 학원비는 1주일에 2회 기준으로 과목당 40만~50만원대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이른바 동네 학원들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과목당 최소 3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여기에 논술이나 체육을 더하면 월 사교육비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설상가상 아이가 둘이라면 부담은 곱절이다. 오죽하면 고연봉의 대기업 직원들조차 매달 학원비 때문에 적자인생이라고 하소연할까. 사교육 현실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돼야 올바른 처방이 나온다.

#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과 부조리에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주말에도 교통정체를 빚을 만큼 평소보다 더 많은 학생으로 북적거린다. 방학특강을 수강하기 위해 지방 등 다른 지역 학생까지 몰려들면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은 학부모들의 치명적 약점이다. 고도화한 학원의 공포마케팅 앞에 봉이 따로 없다. 학원들은 '나만 안 시켜서 우리 아이가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학부모들에게 끊임없이 주입한다. 자식의 미래 앞에 나만의 교육관이나 철학을 고수할 수 있는 '강심장' 부모가 얼마나 될까.

아이들은 선행학습의 무한루프 속에서 신음한다. 대학교육을 받은 부모도 풀 수 없는 수학문제를 붙들고 초등학생들이 매일 한밤중까지 씨름한다. 과도한 숙제를 다 하지 못하거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시험결과가 나쁘면 그것은 오롯이 학생의 불성실과 무능력, 부모의 관심부족 탓으로 돌려진다. '초등 의대반'은 이런 사교육의 수렁에 빠진 우리의 '웃픈' 현실을 보여주는 결정판이다.


# "한국 아이들의 놀이시간 부족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아이들의 정신에 대한 통계를 찾아보진 못했는데 아마 심각한 상태일 것이다."

세계적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몇 해 전 인터뷰에서 "한국은 파괴적이고 비이성적인 입시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실제 지표는 하이트 교수의 경고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만0~17세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7명이었다. 2000년대 들어 최고치다. 사교육을 받으며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만12~14세는 5.0명, 만15~17세는 9.5명까지 치솟는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부터 학원 뺑뺑이를 돌며 학습이 아닌 학대에 가까운 무한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가정경제는 사교육비에 기둥뿌리가 흔들리는 현재의 교육현실은 누가 봐도 결코 정상이 아니다. 대통령이 '킬러문항 배제'라는 지시를 통해 제기한 교육개혁의 필요성에 많은 이가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공감한 이유다.

물론 입시와 교육개혁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공교육 회복, 대학 서열화 해소, 노동시장 개편 등 어려운 사회구조적 문제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 아이만은 잘 버틸 것"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가.

'킬러문항'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비정상의 교육을 정상화하고 우리 아이들을 사교육 감옥에서 해방할 대안 마련에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이제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백년지대계 교육의 개혁이라는 우리 사회의 킬러문항을 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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