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재판받을 국민의 권리[MT시평]

머니투데이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 2023.07.24 03:15
꼭 9년여가 걸렸다. 9년2개월 전 사건 발생에 대해 1심 판결은 2년7개월, 항소심까지는 7개월, 다시 대법원의 결론까지 6년여가 걸린 것이다.

쟁의행위인 농성을 지지하고 농성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거나 농성자를 만난 행위는 업무방해방조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달 6월29일 선고(2017도9835 판결)되었다. 회사 인사정책에 반대하는 노조원 2명이 15m 높이의 시설물 중간에 텐트를 설치하고 현수막을 걸어 농성을 했는데, 피고인들은 농성을 지지하기 위해 그 아래에서 지지집회를 개최하고, 음식물과 책을 전달하거나 직접 농성장에 올라 농성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원심은 업무방해방조죄를 인정했는데, 대법원은 지지집회는 노조활동으로 진행되었고, 점거행위를 지지하는 발언 역시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나 단결권의 보호 영역을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음식물 등은 농성자들의 생존과 안전에 필요하고 직접 농성자들을 만난 행위 역시 그들의 안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공소사실이 시설 점거를 통한 범죄 실현에 현실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쟁의행위를 도우면 업무방해방조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헌법이 기본권으로 인정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제3자의 도움을 폭넓게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제3자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니, 기본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업무방해방조죄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누군가 자신들을 대신해 위험을 감수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나선다면, 이를 지지하고 책과 음식 등을 전달해 주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자신들을 지지, 지원해 준 사람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쟁위행위를 한 당사자들에게는 사실상 이중의 처벌이 될 수도 있다.


법률적, 사회적 평가를 떠나 인간적으로 타당한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쟁의행위는 2014년 4월 9일 발생했고, 업무방해방조를 인정한 원심 판결은 2017년 6월경 선고되어 비슷한 시기에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되었을 텐데, 무려 6년 정도가 지나서야 판결이 선고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고 고려할 사항도 많은 사건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쟁의행위에 관한 업무방해방조는 특이한 사건이 아니고, 2021년 9월경에도 비슷한 쟁점으로 대법원이 지지집회에 참가하거나 공문을 전달한 행위 정도는 쟁의행위 자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결과일 뿐 업무방해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교롭게 위 판결 역시 2015년 7월경 원심 판결이 선고된 후 약 6년이 지나 선고되었는데, 결론의 당부를 떠나 과연 6년이나 고민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미 밀려있는 사건을 순서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규정이 사문화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더욱이 형사재판은 본인 의사와 무관한 공권력 행사로 진행되는 절차이니만큼, 피고인에게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신속한' 판단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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