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독감처럼? '멀티데믹' 온다"…방역 '대전환' 앞두고 나온 경고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3.07.20 15:07

[박정렬의 신의료인]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첫 주말인 4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3.6.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음 달부터 병원을 포함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검사·입원비용이 유료화되고 일반 병원에서도 환자 진료가 가능해지는 등 코로나19 관리 체계가 '독감 처럼'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역 정책의 '대전환'을 앞두고 의료계에선 감염병 감시 체계를 한층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독감 감시 체계도 유행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데, 이 같은 감시 체계를 코로나19에도 적용하면 자칫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번지는 '멀티데믹(감염병의 동시유행)' 상황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

2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를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고, 확진자 격리 기간을 7일 의무 → 5일 권고로 전환하는 등 1단계 조치를 적용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방역 대책이 또다시 완화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2단계는 주요 방역 조치가 크게 전환되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다음 달 코로나 감염병 등급 전환이 발표될 때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

질병청의 설명처럼 2단계의 가장 큰 특징은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이 두 단계 하향 조정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코로나19가 독감(인플루엔자)과 '동급'인 4급 감염병이 된다. 이에 따라 일상에서도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지난 3월 발표된 코로나 위기 단계별 시나리오에 따르면 2단계에서는 병원·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을 포함해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보건소의 선별진료소 운영은 종료되고, 지금은 무료인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도 60세 이상 또는 기저질환자나 면역저하자, 응급실·중환자실 재원 등 고위험군을 제외하면 전면 유료로 전환된다. 생활 지원비·유급 휴가비 지원은 종료된다. 입원 치료비도 중증 환자에게만 일부 지원될 예정이다.


코로나19 환자는 지금처럼 지정된 의료기관이 아닌 모든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돼 재택 치료, 병상 지정·환자 배정은 종료된다. 감시·신고·통계 체계도 전수 감시에서 표본 감시로 바뀌어 확진자 집계는 중단되고 특정 의료기관에서 집계된 코로나19 검출률, 입원환자 현황 등을 주 1회 발표한다. 단, 치료제·백신은 현행대로 무상 지원이 유지될 방침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올해 동절기에는 기존 백신이 아닌 현재 유행하는 'XBB.1.5' 변이 기반의 새 백신을 접종받게 될 것"이라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3주 연속 증가해 6개월 만에 하루 3만명이 넘는 등 재유행 조짐이 감지되는 데다, 전년과 달리 한여름까지 독감·감기가 유행하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7월 2주(9~15일)차 주간 신규 확진자는 18만6953명으로 전주 대비 22.2% 늘었다. 6월 3주(1만6025명)차와 비교해 일 평균 확진자 수(2만6708명)가 1만명 이상 증가했다. 독감 의심 환자 비율도 1000명당 16.3명으로 역시 전주(16.1명) 대비 늘었다. 아데노·리노바이러스에 의한 감기 환자도 2주 연속 증가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7월에 이 정도로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 유행(멀티데믹)하는 건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질병관리청과 대한병원협회의 간담회에서 지영미 질병청장, 윤동섭 병협회장(각각 좌우 사진 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의 2단계 조치에 따른 의료기관의 대응 상항과 향후 감염병 팬데믹에 대비한 중장기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질병청장이 고시를 개정해 4급 감염병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진=질병관리청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는 향후 코로나19가 독감처럼 관리될 경우 방역 당국이 적용할 표본 감시 체계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큰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감의 경우, 전국 196개 의료기관이 표본 감시 사업에 참여하는 데 수가 너무 적고 지역별로 독감이 얼마나 유행하고 있는지도 알기가 어렵다. 코로나19에도 이 같은 방식이 적용되면 관리 사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마 과장은 "거주 지역의 유행 상황을 짐작할 수 있어야 의료진도 환자를 과소·과잉 진료하지 않고 감염에도 대비할 텐데 지금 체계로는 이를 알 수가 없다"라며 "학생을 중심으로 독감을 비롯한 감염병이 한여름에 퍼지고 있는 것도 이런 상세한 감염병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대한아동병원협회 소속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에 따르면 현재 독감은 지역별로 유행 수준이 제각각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 영도구는 학생 절반가량이 독감·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될 만큼 감염병이 유행하지만 김포와 대구, 천안과 의정부는 독감 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마 과장은 "병원 진료기록(질병 코드)에 기반한 정확한 감염병 유행 정보가 동네 병원까지 전달돼야 독감·코로나19 등 감염병의 '과학 방역'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전국이 일일생활권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에서 지역별로 '감염병 지도'를 구축하는 건 오히려 행정력 낭비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감염병 환자 수는 인구와 비례하는데 이를 공지하는 것이 특정 지역의 '낙인 효과'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표본 감시 체계 고도화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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