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자산신탁, 의욕과했던 골든타워 인수전…우선협상자 선정후 포기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 2023.07.24 04:40

대신자산신탁, 코람코 본사 골든타워 인수전에 최고가 써내고도 포기.

대신자산신탁이 있는 서울 을지로 명동의 대신증권 사옥

대신증권의 부동산 계열사(100% 자회사)인 대신자산신탁이 국내 상업용 오피스 빌딩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연이은 고배를 마시고 있다. 최근에는 우선협상자가 되고도 스스로 인수를 포기하는 딜도 있었다. 불확실성이 커진 해외 부동산 대신 국내 부동산 시장에 주력하려던 대신파이낸셜그룹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신자산신탁은 코람코 본사 골든타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내 인수전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대신자산신탁의 변심 탓에 매각절차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신자산신탁은 이번 골든타워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 중 가장 높은 인수 희망가를 써내 주목받았다. 제시한 가격은 3.3㎡당 4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 시세가 통상 3.3㎡ 당 300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던 터라 대신자산신탁이 부른 가격은 시장의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돼 딜을 깨고 계약 이행보증금도 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업력이 길지 않았던 대신자산신탁이 무리수를 뒀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시세 대비 가격을 높여부르는 강수를 둬서라도 인수하려했다가 득실을 따져본 SI(전략적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인수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코람코 골든타워가 강남권역(GBD) 우량자산이긴 하지만 대신자산신탁이 제시한 가격이 다소 과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최근 매각이 마무리된 인근 아남타워의 경우 평당 3000만원 초반대에 거래됐다. 캡레이트(Cap Rate)는 강남권 평균보다 높은 4%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캡레이트'는 부동산 투자로 얻는 순수익이 부동산가격 대비 몇 퍼센트인지 나타내는 수치다.

IB업계 관계자는 "골든타워는 평당 3000만원 중후반대가 적정하다"며 "아남타워보다 더 높은 급의 골든타워는 캡레이트를 낮춰 매각가를 높였을 수 있지만 그래도 평당 4000만원은 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신자산신탁의 자금 펀딩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인수 희망가를 높게 제시하더라도, 실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펀딩 능력만 있다면 막판에 인수 철회를 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대신자산신탁은 그동안 해외 부동산 시장에 집중해온 탓에 국내 시장에서는 경험이 거의 없어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

올 상반기에 진행된 용산 더 프라임 타워 인수전에서도 대신자산신탁은 경쟁업체들을 뛰어넘는 입찰가를 써내고도 이지스자산운용에 밀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원매자 측이 대신자산신탁의 자금 조달력에 의문을 품고, 입찰가는 낮지만 경력이 풍부한 이지스자산운용을 택했다는 후문이 있다.

해외 오피스 시장을 위주로 공략하던 대신자산신탁은 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반영해 올해부터 국내 오피스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업력이 짧아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고 이에 무턱대고 높은 입찰가로 딜을 따내려다 오히려 업계 신뢰를 잃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골든타워 건처럼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된 직후 인수를 포기한 건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이와 관련 대신자산신탁 관계자는 "최근 경제 동향을 봤을 때 제시받은 일정들에 맞춰 펀딩(자금조달)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매매 협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신증권을 중심으로 하는 대신파이낸셜그룹은 부동산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2014년 부동산 NPL을 관리하는 우리F&I(현재 대신 F&I, 지분율 100%)를 인수해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9년 대신자산신탁도 설립했다. 대신F&I는 나인원 한남 분양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월 국내 1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를 인수했고 현재 서울 을지로 본사사옥(대신343) 매각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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