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결국 사과했다.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5일 골프를 즐겨 논란을 빚은 지 나흘 만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징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여론까지 싸늘하게 식자 차기 대권잠룡으로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시장은 전날 대구광역시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골프장 방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들과 당원 동지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11시30분 대구 팔공CC에서 1시간 가량 골프를 치다 비가 내려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구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홍 시장의 골프장 방문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확대됐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침수사고가 일어나고 경북 예천군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폭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의 해명이 관련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홍 시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주말에는 공무원들이 자연스럽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당시) 내가 (대구시에) 비상근무를 지시한 적이 없다. (골프는)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우선시해야 할 건 사건의 진상 파악"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에 따르면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윤리위 부위원장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내일(20일) 이제 상정만 하는 것인데 (징계수위를 논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며 "(징계절차가) 개시가 된다면 본인 소명 기회를 주고 (이후에)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징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앞서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6년 경기도당협위원장 당시 '수해 골프'로 물의를 일으키자 윤리위는 홍 전 의원에 대해 제명 결정을 내렸다. 또 지난해에는 한 현역 국회의원이 수해 현장에서의 실언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전례도 있다.
홍 시장 측 관계자는 "본인의 판단으로 (사과)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징계가 두렵다기보다는 사과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 시장의 사과가 당 윤리위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늦었지만 사과하고 노력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의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과를 했기 때문에 윤리위가 판단에 어느 정도 참작은 할 수 있지만 자연재해 일어나는 와중에 골프한 것에 대해 엄중 대응했던 전력이 있어서 여러가지 점이 참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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