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간 지켜오던 LG가(家)의 화합에 균열이 생겼다. 5년 전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세 모녀(어머니와 두 명의 여동생)가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이 시작됐다. 양측은 극명한 입장차를 나타냈다. LG그룹 지분을 둘러싼 유산 싸움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선 이번 소송으로 경영권 다툼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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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지켜온 LG원칙에 균열, 상속회복청구 소송 시작━
이번 소송은 LG그룹의 전통인 장자 승계 과정에서 발생했다. 구광모 회장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이다. 구본무 회장의 아들이 없어, 구광모 회장이 양자로 입적 후 후계자가 됐다.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대표, 구연수씨가 상속 지분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구본무 전 회장의 유산은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 주식 지분 11.28%를 포함해 약 2조원 규모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1.28% 중 8.76%를 받았다.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각각 LG 주식 2.01%와 0.51%를 받았다. 여기에 김씨와 두 딸은 금융투자상품과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 유산을 받았다.
쟁점은 두 가지다.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이 있었는지 여부와, 상속 지분비율이다. 세 모녀는 지난해 5월쯤 뒤늦게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세 모녀는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에 따라 구광모 회장과 가족들에게 지분을 분배했다고 인지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상속 지분을 다시 나눠야 한다는 게 세 모녀의 주장이다. 반대로 LG측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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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측 "전원합의 했다" vs 세 모녀측 "유언장 없었다"━
구광모 회장 측은 적법하게 진행된 상속이라고 주장했다. 구광모 회장 대리인은 "구체적인 분할과 관련해 피고 3명 모두 전원 합의한 협의서가 있고 상속도 전원의 의사에 따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상속 이후 4년 넘는 시간이 지났다고도 주장했다. 민법에 따라 상속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이내 청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세 모녀측은 지난해 상속권 침해 사실을 인지해 청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 소송으로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모녀 측은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 김 여사와 구광호 회장을 포함한 두 딸이 '1.5대1대1대1'의 비율로 지분 상속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지분구조가 달라지면 구광모 회장의 보유지분은 6%포인트(15.9→9.7%)가량 낮아진다. 반면 김 여사는 3%포인트(4.2→7.95%) 뛰어 2대 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만큼 지루한 법정 공방이 진행된 것으로 전망된다. 세 모녀측은 LG그룹 총수 일가의 대화를 녹음한 방대한 녹취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추후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과 하범종 (주)LG 경영지원부문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했다. 다음 변론 기일은 10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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