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치여 뇌손상…대법 "아내가 대신 합의·처벌불원 안 된다"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 2023.07.17 15:30
대법원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 후견인이 의사 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 처벌불원 의사를 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치상)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선고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8년 11월19일 자전거를 운전하던 중 전방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피해자 B씨를 들이받아 넘어져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씨는 뇌 손상 등의 중상해를 입어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피해자 B씨의 배우자 C씨는 성년후견인으로 A씨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한 뒤 1심 선고 전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A씨는 "교통사고처리법 위반죄가 반의사불벌죄고 합의 후 처벌불원 의사 표시를 받았기 때문에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그러나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형사소송 절차에서 명문 규정이 없는 한 소송행위의 법정 대리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피해자에게 의사능력이 없더라도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2심)과 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 의사와 같이 소송조건과 관련된 규정은 국가소추권·형벌권 발동의 기본 전제가 되므로 법문에 충실히 해석해야 한다"며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상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에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에 관해 대리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문언상 처벌 여부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달려 있고 원칙적으로 대리가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처벌불원 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의사무능력자일 때 성년 후견인의 대리에 의한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 의사 표시를 친고죄의 고소 취소와 같이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은 제236조를 통해 친고죄의 고소·고소취소 대리를 명확히 허용하지만 반의사불벌죄의 대리 처벌불원과 관련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대법원은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것은 대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가정법원의 판단을 통해 선임된 성년후견인도 처벌불원을 대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가정법원에 의한 성년후견의 선임은 형사소송절차에 대한 별도의 고려 없이 가사 재판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자는 관점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이어 "형사소송절차에서는 피해자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성년 후견인에 의한 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를 비롯한 형사사법이 추구하는 보호적 기능의 구현과 무관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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