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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갔다가…"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이 기간 아이디어 뱅크 회원들은 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강원도 춘천시 상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뱅크 발명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2003년에 정식 등록된 인하 대학교 교내 동아리인 발명 동아리 아이디어 뱅크는 해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초등·중등·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발명 캠프를 진행해 왔다.
봉사활동 종료를 하루 앞둔 27일 새벽 0시21분. 인하대 학생들은 단잠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폭우로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 근처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토사가 민박집을 덮쳐 13명이 숨졌다.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었다. 산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산림청은 26일 오후 9시 1시간 동안 내린 강우량을 바탕으로 27일 0시까지 3차례에 걸쳐 춘천시에 산사태 주의보를 보냈다. 하지만 이 주의보는 인하대 학생들이 잠든 민박집까지는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강원도 춘천 지역은 한 달간 계속된 장마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상태였다. 산사태 주의보에 귀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27일 오전 산사태로 인하대 학생 등 13명이 사망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일대는 '진흙쓰나미'가 덮친듯 마을 전체가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이날 오후 인하대 학생들이 묵었던 펜션앞 도로는 진흙이 발목 높이까지 들어찼고 이들이 묵었던 2층짜리 펜션 2개동도 거대한 흙더미에 쓸려나갔다.
사람 허리만큼 진흙이 차있는 펜션 내부에는 커피믹스와 각종 인스턴트 식품, 주전자, 전자레인지 등 학생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흙더미에 묻힌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이날 0시8분쯤 기차가 지나가는듯한 '굉음 소리'와 함께 흙더미가 마을로 쏟아져 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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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천전리 산사태 원인 규명 난항...사망한 인하대 10명 '올해의 인물로 선정'━
31일 오전 9시에는 인하 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송영길 인천광역시 시장과 인하 대학교 동문, 학생,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춘천 산사태 사망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들에 대한 합동 영결식을 거행했다.
춘천 천전리 산사태는 그 원인을 규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었다. 유가족과 이광준 춘천시장 사이에 원인을 규명하자는 합의는 있었지만, 춘천시가 유가족 측이 제시한 조사비용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예산 지원을 거부해 실제 조사는 이어지지 않았다. 춘천시는 천전리 산사태는 '천재'(天災)이기 때문에 춘천시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춘천시는 애초 이 사건을 '인재'라고 판단한 유가족이 참여하는 조사에 적극 응할 생각이 없었다. 부모들은 춘천시가 산사태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알고 있었고 그 요소들을 미리 제거했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춘천시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춘천 산사태는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원인 규명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원인 규명이 난항을 겪으면서 피해자 보상 문제는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춘천시는 애초 이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책임이 없기때문에 피해자 보상 역시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피해 보상 문제는 미궁을 헤매다, 결국 춘천시가 아닌 강원도청이 개입하고 나서야 수습됐다.
산사태가 일어난 5개월 뒤인 2011년 12월 22일. 인간성 회복 운동 추진 협의회에서 춘천 산사태 사망 사건 희생자인 아이디어 뱅크 회원 10명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으며, 한국 과학 창의 재단의 대한민국 인재상에서 특별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인하대학교는 2011년도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산사태로 숙소가 매몰돼 숨진 고(故) 신슬기 등 학생 10명에게 명예 졸업 증서를 추서했다.
춘천 산사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산사태 예경보 시스템 등 방재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졌다. 또 사건 발생 지점인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사업이 추진됐고, '급경사지 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과 자연재해 대책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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