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 장관과 왕 위원 간 조율해 왔던 양자 간 회담이 이날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박 장관과 왕 위원 간 회담이 실제로 성사되면 왕 위원이 중국 외교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지난해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이후 약 1년 만의 양측이 다시 갖는 회담에 해당한다.
박 장관은 지난해 8월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중국 외교 원칙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사이좋게 지내긴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진 아니함)'이라는 성어를 제시했고 왕 위원은 "화이부동은 군자의 사귐"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의 서울 초청을 받은 왕 위원은 "짜장면을 먹으러 가겠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이후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에 대한 한중 간 시각차가 여전함이 확인됐고 중국의 무력 침공설이 도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우리 측의 '힘에 의한 현상유지 반대' 입장에 중국 측이 반발하는 등 경색 국면은 이어졌다.
더욱이 싱 대사가 지난달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것을 계기로 싱 대사를 두둔하는 중국 측과 싱 대사를 강하게 비판하는 우리 측 입장이 충돌했다. 다만 박 장관은 한중 관계 경색의 국면을 타파할 '출구 전략'도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박 장관과 왕 위원 간 회담은 한중 관계의 추가적 악화를 막고 회복을 시도하는 '데미지 컨트롤'의 성격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에 초점을 맞추고 대만 문제 등에 있어서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호응하는 입장을 견지해 온 만큼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과의 시각차를 완전히 좁히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장관은 이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도 참석한다. 아세안 외교장관 일동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강력한 규탄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ARF에서 역할을 수행할 것을 밝혔다.
이날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대응 논의를 위해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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