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공식 슬로건이다. 하지만 이들이 국립암센터에서 총파업 카드와 함께 내건 요구사항 가운데 ▶연봉을 국립암센터 직원 연봉 인상률 기준치(1.7%)의 10배인 10.73% 인상해줄 것 ▶청소직 등 업무직(무기계약직)의 생활임금을 국립암센터가 소재한 고양시가 아닌, 전국 최고 수준인 광주광역시 기준으로 올려줄 것이 포함돼 있다. 돈보다 생명을 추구한다는 슬로건의 의미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파업하기 불과 3일 전에 선전포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3~14일 국립암센터에서 수술받기로 한 암 환자 100여 명은 "파업으로 인해 수술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11일 노조 측으로부터 받고 당황해했다. 보건의료노조에 소속된 간호사·방사선사 등 보건의료 인력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기로 해 수술 환자의 입원실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수술 7~10일 전부터 검사를 진행하며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왔거나, 항암제 접종 스케줄을 정확히 지켜야 하는 암 환자의 경우 치료 차질의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암세포의 확산 속도에 따른 치료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비난이 보건의료노조에 쏟아지는 배경이다. 과연 이 노조는 어떤 단체일까?
보건의료노조는 쉽게 말해 의사를 뺀 나머지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가입된 단체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200여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보건의료 노동자 8만3341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들은 간호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약사, 행정사무연구직, 시설관리, 영양사, 조리사, 청소직, 정신 보건전문요원, 기술 기능직 등 60여 개 직종에 종사한다. 정규직, 비정규직, 실업자, 퇴직자 등 고용 형태를 가리지 않고 보건의료산업의 모든 노동자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은 사립대병원(52.7%), 특수목적공공병원(14%), 국립대병원(13.8%), 지방의료원(9.5%), 민간 중소병원(7%), 정신재활요양병원(3%) 순으로 활동하고 있다. 간호사(64.2%), 간호조무사(5.5%), 임상병리사(5.2%), 방사선사(5.1%), 사무행정원무(2.9%), 시설관리(2.1%), 조리사(1.6%), 지원직(1.4%) 순으로 병원 내 의사를 제외한 다양한 직군이 분포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19년 전인 2004년 의료 민영화 저지와 주 5일제 관철을 위해 2주 정도 파업을 벌였고, 당시 1만여 명이 참여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1989년 이화의료원에 입사한 후, 입사 2년 만인 26살에 이화의료원 노조위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노동운동에 주력해온 그는 3차례 수배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산별 총파업 요구에 대해 사용자와 정부가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7월 13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엔 전국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 6만5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고됐다. 나 위원장은 "이번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는 지난 2018년 7월, 조합원들의 기금을 모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을 완공했다. 이들 노조는 입주 당일 고사를 지내며 "돈벌이 귀신, 공공성 파괴 귀신 발도 못 붙이게 하옵시고 분열 귀신, 사리사욕 귀신, 독선 귀신 싹 물러나게 하옵소서"라고 주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