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사인을 못 낸다" 무명포수 손성빈, 적장 염갈량도 반했다... 준족들 기죽이는 '저지율 100%' 매직

스타뉴스 잠실=안호근 기자 | 2023.07.12 08:39
9일 LG전 롯데 포수 손성빈이 수비를 마치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9일 LG전 선발 출전한 손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팝 타임은 역대) 가장 빠른 것 같다."

2021년 데뷔해 병역 의무를 마쳤고 1군에 등록된 지 갓 한 달이 된 어린 포수. 그러나 지난 9일 사직 홈에서 강력한 송구로 화제가 됐다. 손성빈(21·롯데 자이언츠)에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혀를 내둘렀다.

염 감독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일단 (송구가) 너무 정확하다. 빠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베이스 위로 온다. 다른 선수들보다 (팝 타임이) 훨씬 빠르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고 감탄했다.

지난 9일 롯데 원정에서 두 차례나 손성빈의 송구에 맥이 끊겼고 리그 선두 LG는 4-7로 패한 터였다. 앞서 한 차례 당했던 손성빈에게 다시 한 번 당했기에 그 위력을 누구보다 제대로 알고 있었다. 특히 투수의 공을 받아 2루까지 배달하는 시간(팝 타임)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시구자로 나선 모델 권은진이 자신을 향해 손 하트를 날리자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어린 선수 특유의 순수함을 감추지 못했던 손성빈이지만 경기에 돌입하니 완전히 달라진 면모로 야구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경기 전 손성빈(왼쪽)이 시구자 권은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5회초 5-4 살 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무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2루 주자 오지환이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간 것을 눈여겨보고 있던 손성빈은 투수 이인복의 투구 후 쏜살 같이 2루로 견제구를 뿌렸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으나 비디오판독 결과 아웃으로 번복됐다. 오지환은 물론이고 LG 벤치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지환의 안일한 플레이도 있었지만 손성빈의 빠른 팝 타임과 정확한 송구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중계를 맡은 스포티비2에 따르면 송구 시속은 135.4㎞, 팝 타입은 1.87초에 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1.8초 초반 대의 팝 타임을 톱클래스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는 걸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였다. 올 시즌 MLB리그 팝 타임 1위인 J.T. 리얼무토가 1.82초였다. 국내 포수들의 평균 송구 시속보다도 10㎞ 가량 빨랐다. 이로 인해 롯데는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팀이 7-4로 앞선 7회초 1사 1루에선 더 놀라운 장면이 나왔다. 타자 신민재가 풀카운트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그 사이 문보경이 2루를 향해 뛰었다. 손성빈은 빠르게 공을 꺼내 2루 베이스 위로 정확한 송구를 날렸고 2루수 안치홍은 기다렸다가 문보경을 태그할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손성빈이 빠른 송구로 2루 주자 오지환(가운데)을 잡아내는 장면. /사진=롯데 자이언츠
수비를 마친 손성빈(왼쪽)과 이인복. /사진=롯데 자이언츠
속구가 아닌 시속 132㎞ 포크볼이었음에도 빠르게 공을 꺼내 정확한 송구를 날렸다. 2루 송구는 최준용의 포크볼보다 더 빠른 133㎞가 나왔고 팝 타임은 역시 1.86초에 불과했다.

아직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으나 올 시즌 4번째 도루저지로 이 부문 100%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주전 포수 유강남의 도루저지율이 11%(11/45)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약점으로 꼽히고 있어 더욱 가치가 오르고 있다.


과거 포수들과 비교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염 감독은 "(박)경완이도 어깨가 좋은 편이라기보다는 빠르고 정확한 것이었다. 지금 현재로선 (박)동원이가 가장 좋다. 이미 (송구가 좋다고) 인식돼 동원이에 대한 의식을 안 할 수 없다"며 "내가 감독이어도 동원이가 타 팀에 있으면 의식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1루 주자의 도루를 막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3.3초라고 말한다.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을 거쳐 공을 뿌리고, 포수가 공을 꺼내 야수의 글러브로 전달하는 순간을 일컫는 팝 타임을 모두 합친 시간이다. 염경엽 감독은 투수에게 1.3초라는 시간을 할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포수는 2초 안에 2루로 공을 배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손성빈의 송구는 염 감독의 기준에선 경이롭게 느껴지는 게 당연한 이치다.
손성빈이 승리를 합작한 뒤 투수 김원중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수훈선수로 선정된 손성빈(가운데).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어 "투수 공이 느려도 그날도 손성빈이 앉으니 선뜻 도루 사인이 안 나왔다. 그날(문보경)도 도루가 아닌 런 앤 히트였다"며 "함부로 스타트를 못하게 만드는 게 포수의 능력이다. 심지어 (속구가 아닌) 포크볼이었고 스타트가 느린 편도 아니었는데 공이 너무 정확하게 왔다. 두 번 죽었는데 송구가 모두 정확했다"고 돌아봤다.

염 감독의 상대팀 포수 칭찬은 멈출 줄 몰랐다. 염 감독은 "그게 장점이다. 상대 감독과 선수들에게도 쉽게 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엄청 고민을 해야 한다. 원바운드 여부, 타이밍 등을 기다리든지 고민을 해서 시켜야하기에 투수가 훨씬 편해진다"며 "우리도 포수들이 도루를 많이 허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동원이가 포수로 있으면 상대 선수들은 부담스럽다. 동원이도 (송구가) 빠른 편이다. 블로킹을 한 뒤에도 (상대 주자가) 많이 죽는 이유가 송구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수가 기본만 지켜주면 빠른 주자들도 뛰기가 쉽지 않다. 과학적으로, 숫자로 나와 있는 것"이라는 염 감독은 "초와 초의 싸움이다. 아무리 빠른 주자도 정상적 스타트하고 1.3초 안에 던진 뒤 포수가 베이스 안으로 2초 안에 던지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하하며 손성빈의 위력의 새삼 감탄을 금치 못했다.

데뷔 시즌 20경기 37⅔이닝, 올 시즌 10경기 41⅔이닝 포수 마스크를 썼을 뿐이다. 이날은 프로 데뷔 첫 2루타로 장타까지 신고했다. 미래가 창창한 손성빈을 바라보는 롯데 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2루타로 데뷔 첫 장타를 신고한 손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손성빈이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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