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문신 천만 시대 비의료인 시술은 불법…합법화 논의에 의료계 '발끈'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07.10 18:20
"눈자위가 퉁퉁 부어 괴생명체가 된 줄 알았어요. 눈썹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너무 아팠어요."(눈썹 문신을 받은 20대 여성)

"뜨거운 기름이 40분 동안 '다다다다' 하고 제 팔에 떨어지는 기분이에요"(문신 제거 시술을 받은 20대 남성)

문신을 받을 때, 지울 때 모두 큰 고통을 견뎌야 한다며 문신 경험자들이 자신의 SNS 채널에서 공개한 문신 후기 영상이다. 이들 영상이 10일, 국회에서 공유됐다. '국민 건강권 침해하는 문신 합법화 문제 및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다.

문신 시술은 현행법상으로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만 합법적으로 실시할 수 있어 비의료인인 반영구화장사·문신사가 문신 시술을 하면 불법이다. 앞서 1992년 대법원이 문신을 질병 전염의 우려가 있는 등 보건위생상 위협이 돼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의료법 제27조 1항'에 따라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계에선 미용 목적의 문신 시술을 건강상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받을 방법은 없다. 실제로 비의료인이 타투를 하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는 사례도 적잖다.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거나,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부정의료업자의 처벌)에 의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을 받을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의사나 의사 지시·감독을 받은 의료인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었고, 이를 어기면 '의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왔다. 하지만 2020년 재판부가 문신 시술은 '예술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기소된 문신사는 무죄가 확정됐고,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비의료인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선 문신과 반영구화장을 경험한 인구가 13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높아진 데다, 대부분이 비의료인에게 문신 시술을 받고 있어 법 제정을 통해 문신 산업을 합법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반영구화장사·문신사 등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자는 '타투업법' 관련 논의가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처음 실시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타투업법',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문신사법',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문신사·반영구화장사법', 송재호 민주당 의원의 '신체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 등이 있다. 이들 법안은 문신 시술자의 면허와 업무 범위 등을 골자로 한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에 대한 합법화 여부를 두고 의료계와 문신 시술인 단체 간의 극명한 입장 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먼저 '문신의 위험성과 문신 제거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한 황지환 대한피부과의사회 대외협력이사는 문신을 패션의 일환으로 여기려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자신이 원할 때 표현했다가도 언제든 쉽게 바꿀 수 있어야 하는 게 패션인데, 문신은 한 번 새기면 지우는 게 힘들어져서다. 황지환 대외협력이사는 "한때 동방신기의 팬이었던 일본인이 동방신기 이름의 神起(신기)를 몸에 새겼다가 현재는 문신 새긴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문신 제거술로도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 그 여성은 면접과 상견례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신을 제거하려면 몇 번 치료받아야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들까? 황 이사에 따르면 문신 제거 시술만 10회 이상 받아야 하며, 시술 기간은 1년 6개월 이상, 제거 비용은 1000만 원 상당에 달한다. 시술 횟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43회나 받아도 깨끗이 지우지 못한 사례도 보고된다. 문신에 50만원을, 문신을 지우는 데 1830만원을 써야 했던 사례도 있다. 황 이사는 "문신 제거 시술을 받는 사람 상당수는 국소마취로도 못 견디겠다, 수면마취하고 싶다면서 까지 큰 고통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황지환 대한피부과의사회 대외협력이사가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문신 시술로 인한 침습 부위의 병변을 보여주며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문신이 미용이 아닌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다. 수술 후의 흉터·색조를 개선하거나, 화상을 입은 피부의 색소 저하를 치료하는 데 문신이 사용되기도 한다. 2020년 국내에선 치료에 저항하는 백반증에 미세색소주입술을 통해 성공적인 치료 효과를 거둔 사례가 보고된다. 치료가 어려운 탈모환자에 두피 문신을 시행하기도 한다. 황 이사는 "의학 영역에서도 꼭 필요한 상황에 한해 문신을 적용하지만 위험성이 커 보편적으로 적용하지는 못한다"고 못 박았다.

의학에서는 문신과 반영구화장이 위험한 이유로 '침습성'을 주목한다. 피부의 가장 겉(표피층)에 있는 표피세포는 한 번 생기면 1~2개월 후 탈락하고 새로운 표피 세포가 자리 잡는다. 그런데 문신은 표피보다 더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진피층까지 바늘이 침입한다. 전성훈(변호사)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받은 화장품도 피부 속에 주입하면 불법이어서 처벌받는다"며 "하물며 문신용 염료는 화장품도 아닌 염료"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문신 시술소에서 사용하는 문신용 염료는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닌, 환경부에서 관할한다. 김정희 보건복지부 생활보건TF 팀장은 "문신용 염료 소관 부처가 2년 후인 2025년부터 식약처로 바뀐다"며 "식약처에서 문신용 염료의 생산·수입·유통 등을 관리하면 품질 문제가 지금보다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사단법인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제3회 문신사 법제화 범민족 촉구 집회'를 열고 헌법재판소의 '비의료인 문신 시술 불법' 판결에 반발, 의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 발의 '타투업 법안',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문신사 법안',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 등 비의료인 문신 시술 합법화 관련 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2022.5.3/뉴스1



염료에 발암물질·중금속 한가득…식약처 아닌 환경부가 관리


문신용 염료의 위해성도 지적됐다. 정준민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부분 문신으로 인한 감염 위험은 알고 있지만, 문신용 염료에 든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우려했다. 정준민 교수에 따르면 문신과 반영구화장에 사용되는 염료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벤조피렌) ▶1차 방향족 ▶미생물 ▶중금속 등이 들어 있다. 그중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몸에서 유해산소를 만들어내는 데다, 빛과 만나면 독성을 내뿜는다. 정준민 교수는 "문신을 새긴 후 햇볕을 쬐면 문신 잉크가 광독성을 유발하며, 신체를 녹슬게 하고 암을 유발하는 유해산소를 생성한다"고 경고했다.

탈취제나 좀약에 사용되는 '나프탈렌'은 적혈구를 파괴해 용혈성 빈혈을 유발한다. '크리센'은 피부종양을 유발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유해 물질이 문신 염료 11개 중 3개 제품에서 다량 검출(2013년)됐다. 또 25개 중 12개 제품에선 중금속 가운데 카드뮴이 기준치의 최대 3배, 비소는 5배, 납은 5.5배 검출됐으며, 사용이 전면 금지된 니켈이 검출(2016년)되기도 했다.

발암물질이자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는 한국과 미국의 문신용 염료 각각 81%, 73%에서 검출된 바 있다. 유전 독성과 기형아를 유발하고 내분비를 교란시키는 디부틸프탈레이트는 독일 내 문신용 염료의 100%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문신 시술 시 1명에게 주입하는 염료는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3600㎎까지도 사용된다.

정준민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문신이 장기간 피부에 남는 기전에 대해 설명했다.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염료를 이물질로 인식해 잡아먹지만 대식세포의 수명이 다하면 염료가 다시 나오고, 이 염료를 근처의 다른 대식세포가 잡아먹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한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의료계 인사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끼치는 행위이므로 합법화해선 안 된다 ▶건강에 나쁘므로 피부과·성형외과 등의 의료인이 문신 시술을 시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문신 대신 스티커 타투나 디지털 타투 프린트를 대안으로 활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황지환 이사는 "스티커처럼 붙이는 스티커 타투야말로 표피세포가 탈락하는 주기에 맞춰 한 달 정도 유지된다"며 "30분만 투자해도 고통 없이 문신 문양을 즐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반영구화장사들의 반발도 거셌다. 한 반영구화장사는 "문신용 염료를 반영구화장사가 사용하면 위험하고, 의사가 사용하면 안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반영구화장사는 "비의료인이 문신을 시술하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감염 등 부작용 위험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대한의사협회와의 협력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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