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가치투자? 군더더기 용어"…가치가 없는데 투자하나?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3.07.08 06:10

버핏 워너비를 위한 워런 버핏 이야기⑫

편집자주 |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AP=뉴시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3)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흔히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만, 사실 버핏의 투자스타일은 가치투자라는 용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1950년대 초기 투자시절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영향으로 별 볼일 없는 회사를 싼값에 사는 담배꽁초 투자(Cigar Butt Investing)에 집중했지만, 얼마 안 있어 이 투자법의 단점을 알아차립니다. 담배꽁초를 주워서 한 모금 빤 후에는 또다시 담배꽁초를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1959년 버핏은 평생 파트너인 찰리 멍거를 만난 후 점차 사업의 질과 성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투자 철학이 바뀝니다. 멍거는 그레이엄 방식으로 크게 성공한 버핏의 투자 스타일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1972년 버핏은 순자산이 800만 달러에 불과한 씨즈캔디를 2500만달러라는 '거금'에 매수하면서 투자 스타일을 바꿉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약 3배에 달하는 매수대금을 지불하는 건 그레이엄 방식이라면 어림없는 일입니다.



버핏이 말하는 성장 vs 가치


워런 버핏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팀 쿡 트위터
버핏은 자신의 투자는 85%의 벤저민 그레이엄과 15%의 필립 피셔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는데요. 그레이엄이 정량적 분석을 중시하며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스타일이었다면, 피셔는 정성적 분석을 중시하며 다소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스타일입니다.

버핏은 피셔의 '사실 수집(Scuttlebutt approach)' 기법도 자주 활용했습니다. 애플에 투자할 때도 아이폰·아이패드를 쓰는 손자들에게 제품에 대해 물어봤을 뿐 아니라 직접 사용해봤다고 합니다. 정말 애플 투자만 봐도 버핏이 가치투자만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버핏은 2016년 1분기부터 애플 주식을 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무려 약 310억달러를 애플에 쏟아부었습니다. 애플 시가총액이 3조달러를 돌파하면서 버핏의 보유 지분가치도 1500억달러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버핏은 ①사업을 이해할 수 있고 ②장기적인 경제성이 좋으며 ③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영진이 있으며 ④인수가격이 합리적인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1972년 씨즈캔디 인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찍부터 성장도 중시했습니다. 버핏이 1992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가치투자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밝힌 적이 있습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버핏은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가격의 매력도를 평가할 때 '가치와 '성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가치와 성장을 일심동체로 여긴다고 이야기합니다. 버핏은 성장은 가치 평가에 항상 포함되는 요소로서, 그 중요성은 미미한 정도에서 엄청난 수준까지 이를 수 있고, 영향 역시 긍정적이 될 수도 부정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성장이 가치 평가에 항상 포함되는 요소라는 표현입니다. 성장률을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정식의 한 구성 요소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버핏은 기업 내재가치 계산을 위해 현금흐름할인법(DCF· Discounted Cash Flow)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래 현금흐름(분자)을 적당한 할인율을 이용한 분모로 할인하는 방법입니다. 성장률은 미래 현금흐름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구요.



'가치투자'라는 용어는 군더더기


많은 사람들이 가치투자자로 여기는 버핏은 충격적인 말을 던졌는데요. 바로 '가치투자'라는 용어 자체가 군더더기라는 말입니다. 버핏은 '투자'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면 무엇인지 반문합니다.

버핏은 가치투자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대개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거나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키지만, 이런 속성을 가진 종목을 산다고 해서 가격을 웃도는 '가치'를 확보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반대로 PER·PBR이 높거나 배당수익률이 낮은 주식을 산다고 '가치'를 상실하는 것도 아니구요.

버핏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의 성장 그 자체가 가치를 알려주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성장이 흔히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가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지만요. 버핏이 예로 든 건 항공산업입니다. 투자자들은 미국 항공사에 계속해서 돈을 쏟아부었지만, 항공산업이 성장할수록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커졌다고 비판합니다.


대신 버핏은 주식, 채권, 기업의 현재가치는 자산의 남은 수명 동안 기대되는 (적정 이자율로 할인된) 현금 유출입으로 결정된다고 말하면서 투자자는 현금흐름할인법으로 계산해서 가장 싼 주식을 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가격을 떠나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기업은 거액의 추가자본을 매우 높은 수익률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이며, 반대로 갈수록 많은 자본을 매우 낮은 수익률로 사용하는 기업이 가장 투자하기 나쁜 기업이라고 말합니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언급한 항공산업입니다. 항공기 구매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 하지만, 투자수익률은 극히 낮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기업은 더 찾기 어렵습니다. 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은 대개 필요한 자본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추가자본 투입 없이 수익이 늘어나는 씨즈캔디와 애플이 바로 이런 기업입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응하는 버핏의 방법


버핏은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우며 이 문제를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첫째,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사업이 비교적 단순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뜻인데요, 사업이 복잡하거나 계속 바뀌면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버핏이 능력범위를 강조하고 애플 투자 전까지 어지간해서는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둘째, 매입 가격에서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버핏은 자신이 계산해낸 가치가 가격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상당한 폭의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나서야 버핏은 주식 매수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영향으로 버핏이 성공 투자의 초석은 안전마진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성장투자와 가치투자를 어떻게 구분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성장투자와 가치투자를 구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투자는 가치투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장래에 더 많이 얻으려고 하는 투자이니까요. 내재가치는 기업이 마지막 날까지 창출하는 현금을 적정 금리로 할인한 현재가치입니다. 내재가치를 계산하려면 1) 현금흐름을 추정해서 2) 적정 금리로 할인해야 합니다. "

버핏의 말은 이어집니다. "기업의 성장은 내재가치를 높일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전력회사들은 성장을 위해 자본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수익률이 낮아졌습니다."

버핏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굳이 성장주와 가치주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투자'는 지불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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