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소아과' 환자 엄마 갑질에 무너졌지만…"저흰 알아요" 의사 울린 문자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 2023.07.07 08:05
보호자의 악성 민원으로 20년간 운영한 소아청소년과(소청과) 폐업을 결정한 한 의사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 감동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임현택 대한소청과의사회장 페이스북
보호자의 악성 민원으로 20년간 운영한 소아청소년과(소청과) 폐업을 결정한 한 의사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 감동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6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원장님께 다른 환자 보호자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라며 "(김 원장이) 한 시간 넘게 울먹이셨다고 한다. 마음이 안 좋다"는 글과 함께 문자 메시지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한 보호자가 보낸 해당 메시지에는 "선생님이 얼마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지 아는데 속상했다"며 "수십년을 해왔던 일을 엎어버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않냐. 연락해도 되는지 어떨지 오후에 생각하다가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보호자는 "힘내달라"며 "내 아이와 상관없이 선생님을 응원하고 신뢰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위로를 전했다.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김모원장의 폐과 선언 공지가 담긴 사진. /사진=임현택 대한소청과의사회장 페이스북
앞서 임 회장은 페이스북에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김 모 원장의 폐과 선언 공지가 담긴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오늘도 겪고 있는 문제"라며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공지에서 김 원장은 "꽃 같은 아이들과 함께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아온 지난 20여년, 제겐 행운이자 기쁨이었다. 하지만 ○○○보호자의 악성 허위 민원으로 인해 2023년 8월5일로 폐과한다"고 했다.

이어 "피부가 붓고 고름, 진물이 나와서 엄마 손에 끌려왔던 4세 아이. 2번째 방문에서는 보호자가 많이 좋아졌다 할 정도로 나았다. 하지만 보호자는 서비스 불충분을 운운하며 허위,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아닌 이런 보호자를 위한 의료행위는 더 이상 하기 힘들다 생각하게 됐다"며 "더는 소아·청소년 전문의로 활동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준 ○○○ 보호자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원을 넣은 보호자는 아이 치료과정에서 사용된 의약품이 비급여 항목으로 2000원가량 더 나온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의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이 보호자는 병원에서 해당 금액을 돌려받는 것뿐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민원까지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심사하는 기관으로, 과다 청구 등으로 판단되면 시정 및 환수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부분 "결국 피해는 아이들 몫" "내가 다 화난다" 등 댓글을 달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는 2013년 2200곳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147곳으로 53곳(2.4%) 감소했다. 앞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고 저출산, 낮은 수가, 지속적인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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