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3.07.06 15:10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 산업협력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4대 그룹 재가입.

지난 2월 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수장 자리에 앉은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4개월 내내 따라다닌 질문이다. 공식 석상과 언론 인터뷰 구분 없다. 그때마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이 "긍정적으로 소통 중"이었다.

지난 4일 이사회를 계기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사회 안건에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통합 안건이 포함되면서다. 4대 그룹은 2016년 전경련에선 탈퇴했지만, 산하 연구기관인 한경연엔 남아있다. 전경련이 한경연 흡수 합병을 통해 4대 그룹 재가입을 꾀했다는 얘기다. 김 대행은 6일 기자들과 만나 "한경연을 흡수통합해 전경련을 한국경제인협회로 재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재계는 얼렁뚱땅 전해져 오는 재가입 소식이 불편한 눈치다. 한경연 통합을 통한 복귀는 정공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적절한 가입 명분 없는 이런식의 복귀는 부정적 이미지만 더 키울 것"이라고 했다.

이목이 4대 그룹 복귀 여부에 쏠리면서 정작 김 대행이 자신의 역할로 공언했던 '전경련 쇄신과 혁신안'은 가려지는 분위기도 있다. 신산업 분야의 젊은 기업 회장단 확대와 정경 유착을 막기 위한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역시 관심에서 멀어졌다. 김 대행의 성과로 활용할 수 있는 재료였는데 말이다.


4대 그룹 복귀의 중요성을 낮춰보는 것은 아니다. 전경련이 애초 경제인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탄생한 단체인 만큼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4대 그룹 가입은 어쩌면 당연하고도 우선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과정의 정당성 확보 또한 필수적이다.

재계 맏형 역할 회복이란 궁극적 목표를 위해선 무엇보다 자력 변화가 먼저다. 김 대행이 직접 세운 6개월 임기는 8월 끝난다. 앞으로 2개월 남짓 남았다. 김 대행이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상품이 좋으면 팔리고, 나쁘면 안 팔린다"는 자신의 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4대 그룹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만큼 전경련 개혁안을 잘 집행해 그들이 자발적으로 돌아오게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 방식이 '강권'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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