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강심장'이 예전처럼 먹히지 않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3.07.05 10:05
사진='SBS '강심장' 방송영상 캡처


SBS 전설의 예능 ‘강심장’이 돌아왔다.


2010년대초 큰 인기를 누렸던 ‘강심장’이 당시의 MC 강호동 이승기와 함께 ‘강심장 리그’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방송을 시작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셀럽의 출연과 그들의 흥미로운 사연을 강호동과 이승기 팀으로 편을 나눠 토크 대결을 벌이는 형식이다.


각 팀의 코치로 김동현 김호영 엄지윤(강호동 팀) 이지혜 영탁, 손동표(이승기 팀)가 함께 하는데 이들은 개인 간의 주목받기 이슈 대결이었던 과거 ‘강심장’과 달리 팀 승부를 벌이는 점이 새롭다. 이 코치들은 과거 강호동이 맡았던 텐션 메이커 역할을 나눠 가지면서 강력한 리액션과 하이 톤 목소리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유튜브의 활성화 등으로 인한 텍스트에서 영상으로의 시대 변화도 반영하고 있다. 과거 판넬을 사용해 토크의 주제를 알렸다면 이번에는 동영상 섬네일을 활용해 토크 주제를 보여주면서 신세대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토크 테마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강심장’에서 집중했던 연예계 비하인드 스토리 위주에서 벗어나 진지한 사회적 이슈까지 테마를 확장해보고 있다. 마약 수사나 이단 종교 전문가 등이 출연해 마약 사건이나 사이비 종교 문제들을 다뤘다.


현충일에는 독립 유공자 후손 연예인이 선조의 호국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사회적 이슈나 역사적 사실들이 예능으로서 좋은 소재가 되는 스토리텔링 예능의 강세 현상을 반영한 결과로도 여겨진다.


사진=SBS '강심장' 방송영상 캡처


이처럼 ‘강심장 리그’는 과거를 되살리고 새로움을 더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에 한창이다. 5회를 마친 현재 시청률은 2%대(이하 닐슨코리아)를 오가는 중으로 아직 성패를 논하기에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강심장 리그’가 돌아왔을 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잊고 살았던 예전 ‘강심장’의 넘치는 에너지다. 과거 강호동이 주도했고 지금은 각 팀 패널들이 이끄는 하이 텐션의 왁자지껄함이 우선적으로 도드라진다. 패널들이 나서지 않을 때도 텐션은 떨어지지 않는다. 출연자들도 많고 토크를 주고받는 형식이라 화면의 전환이 잦고 오디오가 빽빽이 채워져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고조된 분위기는 이미 ‘강심장’에서 경험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최근 예능에서는 흔한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예능은 자극적인 시청각 상황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잡고 있기보다 잔잔하고 편안한 풍경으로 힐링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쏟아져 나온 ‘서진이네’ ‘아주 사적인 동남아’ ‘텐트 밖은 유럽’ 등 해외여행 예능(음식 현지화를 포함한)의 경우 시청자들이 현지의 풍경과 출연자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특별히 집중할 필요 없이 보기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그러면서 힐링을 느끼는 이런 예능이 최근 대세 트렌드 중 하나다.


스토리텔링 예능도 텐션이 낮은 예능 트렌드에 속한다. 주로 앉은 채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으로, 소재인 사회적 이슈들은 자극적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시청각 상으로는 하이 텐션 예능의 분주한 분위기나 소란스러움과는 반대 방향에서 프로그램을 즐기게 된다.


사진=SBS '강심장 리드' 방송 영상 캡처


이런 흐름에 익숙해진 예능 시청자들에게 하이 텐션 예능은 낯설 수 있다. ‘뿅뿅 지구오락실2’ 정도를 예외로 하면 텐션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성 높은 경우를 점점 찾기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강심장’으로 이미 검증된 포맷인 ‘강심장 리그’가 복귀와 동시에 과거처럼 화끈하게 인기를 모으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차분함이 중요해진 예능 트렌드 변화 탓일 수 있다. 이에 더해 ‘강심장 리그’가 다루는 출연자들의 가십성 이야기들이 지상파 방송의 심의 한계상 섬네일의 자극성에 비해 내용은 크게 독하지 않고 낚시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원인일 수 있다.


12회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강심장 리그’는 이제 절반을 돌았다. ‘강심장 리그’의 최종 결과는 하나의 프로그램 성적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 예능의 트렌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강심장 리그’가 남은 방송분에서 인기 상승 곡선을 그려낸다면 왁자지껄 하이 텐션은 예능의 변하지 않는 필수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현재 성적 정도에 머무른다면 시청자들은 예능에서 호들갑스러움보다 힐링을 원하는 쪽으로 시대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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