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떠오른 日 벤처투자…국내 VC "엔화 LP 잡아라"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 2023.07.06 08:00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12일 일본 도쿄 정부청사에서 고토시게유키 일본 스타트업담당상(왼쪽)과 양자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일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과 비교해 이제 막 태동기에 들어선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발굴할 수 있는 투자 기회가 많다. 또 엔화 약세로 투자 회수 시 투자 수익에 더해 환차익까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6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캐피탈(이하 VC협회)는 지난달 'GVIS(지비스) SEOUL 2023'에 참석한 VC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GVIS SEOUL 2023은 국내외 주요 VC와 출자자(LP) 간 교류를 위한 자리로 국내 VC의 해외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VC협회는 지비스에 참석한 42개 VC를 대상으로 국내 VC의 해외 LP에 대한 인식도와 지비스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이중 24개사가 응답했다.

6개 질문 중 가장 눈에 띈 건 '향후 선호 해외 LP 국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복수선택으로 진행된 질의에서 미국이 전체 20개 VC의 선택을 받은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 동남아와 중동이 각각 17개와 11개로 뒤를 이었다. 4위(9개사)는 일본과 유럽이 차지했다.

과거 VC들이 선호했던 홍콩과 중국은 0표를 받았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과 해외 투자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중화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VC가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국가'에 대한 질의에서도 일본은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20개사가 선택한 동남아와 18개사가 선택한 미국에 이어 3위(6개사)를 기록했다. 중국은 0표를 기록했다.

VC협회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특이할 점은 과거에 비해 일본과 중동의 진출 희망 비율이 높다는 점"이라며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 벤처투자에 대한 외면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VC들이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스타트업 관련 정책이다. 지난해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5개년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5년내 스타트업 수를 10배인 10만개로 늘리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100개를 목표로 10조엔(약 89조8980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투자기관 등을 연계한 네트워크도 조성할 계획이다.

일본 벤처투자 시장이 국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걸음마 단계라는 점도 호재다. 지난해 일본 벤처투자는 8508억엔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3.03% 증가한 역대 최고치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는 0.16%로 0.31%인 한국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유니콘도 6개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가치도 주변국과 비교해 저평가된 상태다.

역대급 엔화 약세도 일본 벤처투자 시장의 매력도를 높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였던 3월 1000원당 1191.34원까지 올랐던 엔화는 현재 1000원당 897.49엔(6월23일)까지 떨어졌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흐름에도 일본은행(BOJ) 나홀로 통화 완화정책을 편 결과다.

한 일본계 VC 관계자는 "글로벌 긴축 흐름이 끝나고 BOJ의 완화 정책이 마무리 되면 언젠가 엔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며 "엔화로 일본 스타트업에 투자하게 되면 이후 투자 회수할 때 투자 수익에 더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이런 흐름을 반영해 국내 주요 LP들을 중심으로 일본 투자 펀드 결성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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