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암 걸린다고? 소시지와 맥주는 그보다 더한 1군인데…"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07.04 17:00

[정심교의 내몸읽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가 오는 14일(프랑스 현지 시각) 아스파탐(인공감미료 일종)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아스파탐이 든 제로콜라·막걸리 등에 대한 '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2B군'으로 분류될 예정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햄, 소시지, 탄 고기와 소금에 절인 생선 등은 이미 '1군'으로 지정됐다. 과연 발암물질은 무엇이고, 발암물질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 걸까.

발암물질이란, 유전체에 손상을 입히거나 세포대사 과정에 문제를 일으켜 암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물질을 가리킨다. 한국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발암물질에 대해 '암을 일으키거나 그 발생을 증가시키는 물질'로 규정한다. 발암물질은 신체에 노출되는 양에 따라 암을 일으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1971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암을 일으키는 요인 총 1108종에 대해 발암성을 검토해왔다. 체외실험·동물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적 연구 등에 근거해 발암성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암 요인을 1~4군으로 분류한다. ▶사람에게 확실히 암을 일으키는 물질은 1군(Group 1)으로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개연성이 있는 물질은 2A군(Group 2A)으로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2B군(Group 2B)으로 분류한다. 또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게 분류되지 않은 물질은 3군(Group 3)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지 않는 물질(현재 해당 물질 없음)은 4군(Group 4)이다.

아스파탐이 속할 것으로 예고된 2B군엔 경유, 휘발유, 에틸카바메이트, 캐러멜색소, 니켈, 납, DDT(농약), 휴대폰의 전자기장 등 322종이 포함돼있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발암물질이 1군이 아니라는 의미의 이면엔 사람에게 암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입증할 만한 연구와 근거가 1군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면서도 "2·3군이 1군보다 발암성이 약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추후 연구 결과에 따라 1군이 될 수도, 아니면 아예 제외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군을 제외한 경우 발암물질로 지정됐다가 제외되기도 한다. 실제로 커피는 커피에 소량 든 벤젠포름알데히드가 방광에 머물면서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1991년 '2B군'의 발암물질로 지정됐지만, 2016년 제외됐다. 누적된 문헌 1000여 편에서 커피와 방광암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암을 예방한다는 연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스파탐도 이번에는 2B군에 합류하지만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제외될 수도, 반대로 2A군이나 1군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발암물질 가운데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람에게 확실히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판명된 '1군 발암물질'만큼은 일상에서 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미(전 세브란스병원 영양부장)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발암물질 중에서도 1군 발암물질만큼은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한 발암성이 이미 충분히 입증된 것으로,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환경·식품 중에도 1군 발암물질이 의외로 많으므로 피하는 게 최선, 섭취 빈도나 양을 적게 먹는 게 차선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1군 발암물질엔 알코올(술), 가공육, 적색육, 그을음, 흡연, 햇빛(자외선), 매연, 톱밥 분진, 벤젠, 벤조피렌, 아플라톡신, 니코틴, 니트로사민, 석면, 아세트알데히드, 비소, 카드뮴, 석탄, 포름알데히드, 헬리코박터균(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간염바이러스, 에이즈, 전리방사선, 방사선핵종 등 126종이 포함돼 있다. 그중 일상에서 아직도 흔히 먹는 게 가공육·적색육·벤조피렌이다. 그중 벤조피렌은 불에 구운 고기의 탄 부분에 주로 들어있다. 벤조피렌은 정상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도하는데, 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은 위암 발생 위험이 7배까지 높아진다.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의 가공육을 생산할 때 첨가되는 아질산염과 질산염은 사람의 몸속에서 발암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위(胃)에서 아질산염과 질산염은 고기로부터 나온 아미노산 분해 산물과 반응해 N-니트로소 화합물을 생성할 수 있는데, 몇몇 N-니트로소 화합물은 발암물질에 해당한다. 가공된 적색육에 있는 헴첼은 N-니트로소 화합물의 체내 생성에 관여하는데, 이는 산화 스트레스와 DNA 손상을 유발해 헬리코박터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헬리코박터균 역시 1군 발암물질이다. 2015년 국제 암 연구소는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추가하면서 "매일 가공육을 50g씩 먹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국가암정보센터는 "가공육은 담배·알코올·석면·비소 등과 마찬가지로 발암물질 부류에 속하나 이들 물질보다 발암 위험률이 현저히 낮다"며 "가공육을 먹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WHO와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분류법에 대한 전문가의 지적도 나온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물질로 가장 잘못 지정한 것 중 하나가 육류(적색육·가공육)이므로 재평가할 것으로 본다"며 "WHO는 식품 전체를 보지 못하고 성분만 따지다 보니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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