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억' 대기업도 짐 싸는데…텅 빈 강남대로, 임대료는 올렸다?[부릿지]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이상봉 PD, 신선용 디자이너 | 2023.07.05 05:10
서울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강남대로 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애플 강남'과 '삼성 강남'이 맞대결을 펼치고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 1호점이 들어선 곳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집 건너 한 곳이 비어있을 정도로 공실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여파라기에는 공실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명동이나 신촌, 홍대·합정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명동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43.5%에서 올해 1분기 37.6% 줄었지만 같은 기간 강남대로 상가 공실률은 10.8% 11.6%로 오히려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강남대로 상권이 회복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비싼 임대료를 꼽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형태가 비대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었지만 임대료는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매장들이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들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매장을 빼는 추세다. 하지만 임대인들 입장에선 건물을 비워둘지언정 임대료를 낮추기는 어렵다는데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가 강남대로 상권 실태를 알아봤다.

안녕하세요. 부릿지 김효정입니다. 오늘은 제가 오랜만에 현장에 나와봤습니다. 바로 서울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강남역 인근입니다.

이곳 2호선 강남역부터 9호선 신논현역을 지나 7호선 논현역까지 이어지는 강남대로는 서울 최대 상권 중 하나입니다.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에 이어 지난달 새로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까지, 미국 3대 버거 중 2곳이 국내 1호점 매장으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다섯 번째 애플스토어가 들어오면서 대로변을 한층 힙하게 만들었습니 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건너편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을 열고 정면 대결에 나섰습니다.

여러 대기업 브랜드의 선택을 받은 곳이지만 실제로 강남대로변을 걸어 보면 상가 곳곳이 이렇게 공실로 나와 있습니다. 건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층 전체가 공실인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요. 강남을 대표하는 상권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강남대로 1층은 '텅텅'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나와 걷다 보면 불과 100m 거리에 1층 상가 전체가 공실인 빌딩이 있습니다. 전용면적 58평의 이곳 모퉁이 매장은 스포츠 의류 브랜드가 들어와 있었지만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폐점한 후 지금까지 공실입니다. 여기에 1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화장품 브랜드 매장까지 지난 5월 영업을 종료하면서 한 층이 통째로 비었습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비·김태희 부부가 소유한 건물이 나옵니다. 이들 부부는 2021년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이 건물을 92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이곳 역시 반년 가까이 1층 상가가 공실이었지만 건너편에 위치한 쉐이크쉑 강남점이 이전을 결정하면서 최근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 건물을 지나면 또 1층이 공실인 건물이 나오는데요. 두 집 건너 한 집이 비어있는 셈입니다.

대로 건너편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휴대폰 대리점이 있던 이곳은 2019년 이후 한 번도 채워지지 않았는데요. 옆자리에 있던 스포츠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마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철수했습니다.

바로 옆 저층 건물은 아예 통으로 비었습니다. 3층에 병원 간판이 붙어있지만 실제로 운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일음료 전문점이 있던 1층 상가에는 2021년 가게 이전을 알리는 안내문이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이 건물은 비정기적인 팝업스토어로 단기간 사용될 뿐입니다.

뉴욕제과가 사라진 이후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떠오른 스타플렉스. 강남대로 한가운데 위치한데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까지 들어와 있지만 상가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영화관 입구 옆 화장품 로드샵 한 곳을 제외하고 1층 상가 6개 호실이 1년 넘게 공실이었습니다. 이 중 2개 호실이 최근 입점 공사를 시작했지만 나머지 4개 호실은 여전히 선택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기 공실 이어지는 이유? "비싸니까"


강남대로의 공실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강남대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1.6%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0.8%포인트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신촌·이대 공실률이 9.1%에서 6.9%로, 홍대·합정 공실률은 12.2%에서 7.7%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입니다. 해외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면서 명동의 상가 공실률 역시 43.5%에서 37.6%로 줄었지만 강남대로 상권은 더 빠졌습니다.
현장에서는 강남대로 상권이 회복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비싼 임대료를 꼽습니다. 앞서 살펴본 강남역 10번 출구 모퉁이 매장은 보증금 13억원에 월 임대료가 1억 2000만원, 관리비는 1200만원입니다. 같은 층에 있는 전용 29평 매장은 보증금 9억원에 월세 7000만원, 관리비 500만원입니다.

마찬가지로 한 층이 통으로 비어있는 이 건물 1층(구 유니클로)은 월세가 2억원입니다. 전용면적 300평의 대형 점포로, 과거 유니클로가 입점해 있었지만 2020년 폐점한 뒤 현재까지 공실입니다.

2022년 서울시 상가임대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는 서울 시내에서 ㎡당 통상임대료가 가장 높은 구입니다. 강남대로는 강남구에서도 통상임대료가 가장 높은 상권으로, 강남역 일대 1층 상가의 평균 통상임대료는 ㎡당 14만원에 달합니다.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공실이 길어지면 임대료가 낮아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2021년 대비 지난해 강남역 상권의 평균 통상임대료는 오히려 11.8% 올랐습니다. 2020년부터 공실이 계속 늘었는데도 말이죠. 이곳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낮추느니 공실로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는데요.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을 들이면 10년간 그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월세를 낮출 경우 건물 가치가 떨어진다는 거죠. 게다가 고층부는 임대료가 올라도 계속 수요가 있어 1층을 비워놔도 건물 수익은 유지가 된다는 겁니다.

강남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우선 내가 임대 주면 요즘에 10년 보장해줘야 되잖아. 그게 싫은 거죠. 내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 월세를 가지고. 그거를 안 받더라도 이게 유지가 되니까 위에(오피스)서. 오피스는 더 올라갔어요.]



"언제적 '강남'인가요"…건물 경쟁력이 없다



공실을 채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월 임대료를 낮추면 됩니다.

실제로 비·김태희 부부는 월세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건물 공실을 채웠습니다. 건너편에서 월 1억5000만원 수준의 임대료를 감당하던 쉐이크쉑 강남점은 이곳을 월 1억원 정도에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월 1억원도 적은 금액이 아니죠. 여전히 강남대로 시세는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임대인들은 과거의 상권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남대로 상권이 위치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합니다. 온라인 중심으로 구매 형태가 변화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소비자들은 대형 상권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더라도 개성 있고 개인의 취향에 맞는 곳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도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며 강남대로 상권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거죠. 유니클로, 탑텐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 강남대로에서 사라진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강남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기업들이 그래도 손익분기점이 나와야돼요. 근데 지금은 예전에 (임대인들이) 받았던 월세를 가지고 운영하면 다 적자예요.]

대기업들의 오프라인 매장은 애플스토어나 삼성 강남처럼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이용할 수 있거나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되는 정도입니다.

강남대로변 공실 상가 중 체험형 매장을 낼 정도의 대형 점포는 많지 않습니다. 화장품, 액세서리 매장 등이 빠져나간 소형 점포들이지만 임대료는 개인 점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보니 공실 악순환이 이어지는 겁니다.

상권이 기울고 유동인구가 줄어들면 현재 남아있는 상점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강남불패'라고 해도 찾는 사람이 없으면 도시는 유령화되기 마련이죠.

부릿지가 취재 중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료를 50% 내리면 강남대로를 다 채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답이 나와 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은 아닐까요?

임대인들의 바람대로 현재의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권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부릿지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연 김효정
촬영 이상봉 PD
편집 이상봉 PD
디자이너 신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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