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제품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 제작에 5000억원을 투입하고 설계를 위한 IP(설계자산)까지 적극적으로 공급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이 같은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7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팹리스 스타트업 MPW 지원에 나선 것은 잠재고객을 육성하고 밸류체인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MPW는 한 장의 웨이퍼에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찍어내는 일종의 시제품 제작 단계다.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양산 계약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팹리스 스타트업에는 반도체 성능 검증과 고객사 확보 등 사업화를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실제 팹리스 스타트업 딥엑스는 올해 삼성전자의 MPW 지원을 통해 AI 반도체 4종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영업에 탄력을 받았다. 딥엑스 관계자는 "고객사에 샘플 반도체(ES)를 제공할 수 있다 보니 이전까지 설계만 가지고 고객사를 만날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딥엑스는 고객사가 확보가 끝나는 대로 삼성전자를 통한 양산 주문도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팹리스 스타트업에 MPW 제작 뿐 아니라 IP까지 제공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달(6월) IP파트너들을 통해 팹리스들에 파운드리 공정에 최적화된 IP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설계 리스크를 줄이고 파운드리로 삼성전자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업계는 팹리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단순 잠재고객 확보뿐 아니라 기술 시너지를 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한 팹리스 관계자는 "팹리스가 파운드리에 단순히 주문을 의뢰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며 "양측이 서로의 설계와 공정 기술을 교류하면서 새로운 기술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팹리스 관계자도 "최첨단 설계를 통해 파운드리가 수율 등 공정을 고도화할 수 있고 첨단공정을 통해 팹리스는 다시 설계를 고도화하는 생태계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사업부터는 삼성전자를 통해 MPW 제작을 위한 기술지원도 받을 수 있다. 신청 대상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MPW 공정 이용을 희망하는 업력 10년 이내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3일부터 모집을 시작해 다음달(8월) 중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만도 TSMC와 팹리스들이 협업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기업 파운드리와 유망 팹리스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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