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살얼음판 세계 경제, 기로에 선 한국

머니투데이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 2023.07.04 03:50
글로벌 경제를 보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그나마 미국과 유럽은 금리 인상을 감내할 체력이라도 존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미국 고용 지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이 한차례 또는 두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호주 등 전세계 중앙은행도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금리 인상을 지속한다. 경기 둔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인플레이션은 빈부 격차를 확대하고 투자를 저해해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물가가 안정돼야만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경기침체를 감내하고라도 물가 안정이 지금 시점에서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반면 한국 경제는 이미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서 한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어렵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한국 경제는 다른 선진국 대비 특수한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과 중국 G2간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국가 모두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한국은 글로벌 긴장완화 물결 속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 과실을 따먹으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미중이 갈등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장점은 고스란히 약점으로 전환됐다.

미국은 한국에 노골적 편들기를 요구했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통해 양쪽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 그 결과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사드 사태로 대중국 소비재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산 부품마저 자국산으로 대체하기 시작했고, 이는 우리 수출에 치명타를 안겼다.

뿐만 아니다. 중국과 관계 악화는 희토류 수급에 영향을 미쳐 첨단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한국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니켈, 리튬 등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한다.

정부는 뒤늦게 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대체할 시장을 단기간내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수년 또는 10년을 넘어가는 장기간 동안 경제 고통이 이어질 것이란 최악의 전망마저 나온다.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수출 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수출과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든 점은 경제 취약성만을 부각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는 저성장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전환점에 놓였다. 저성장은 자연스래 소득 증가율 감소로 연결된다.

대출을 통한 성장도 쉽지 않다.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2%까지 늘어나 대출이 증가할 여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인구마저 빠른 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고물가(근원물가지수)로 인해 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금리를 급격하게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경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신호를 전세계에 주는 꼴이다.

위기를 과대 포장해서는 안되지만 과소 평가해서도 안된다. 대내외적으로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최근 다시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도 신중하게 들여다 봐야 할 때다. 제반 여건이 어려운데 부동산만 나홀로 호황을 누릴 수는 없다.

물론 기술개발 및 투자를 바탕으로 경제구조를 고도화하고, 무역 다변화를 조기에 이뤄낸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서로를 헐뜯는 극한 갈등 사회가 지속된다면 경제 구조 전환은 요원해보인다. 한국 경제는 '사느냐 죽느냐'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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