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8개, 日 80개사 가입했는데 韓 30여개…RE100 늦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 2023.06.30 15:47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과 비싼 가격, 각종 규제가 걸림돌

RE100 글로벌 가입 현황 /자료=한국ESG연구소

국내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가입이 해외에 비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과 비싼 가격, 각종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기업들을 주저하게 만든다. 원전과 수소연료전지를 포함한 CF100(무탄소전원 100% 사용)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결국 재생에너지 공급망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32개사다. 미국 98개사, 일본 80개사, 영국 49개사가 가입한 것에 비해 한국은 뒤처진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얼마만큼의 탄소가 발생했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RE100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지만, 적극적인 가입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해외에선 재생에너지 비중 100% 달성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대륙별로 나누어 보면, 미국이 15개사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영국 6개사를 포함하여 유럽 대륙은 14개 회원사,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각 1개사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소비 비중 1위인 LG에너지솔루션도 44%에 그친다. 다음으로 18%인 아모레퍼시픽, 4%인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렸다.

주된 원인으로는 공급 문제가 가장 크다. 한국에선 특히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RE100 달성이 어렵다. 지난 2021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테라와트시)를 넘었지만 이는 국내 전력사용량 상위 5대 기업이사용한 전력량 총 47.67TWh보다 적다.

공급이 적으니 가격도 비싸다. 기업들은 RE100 이행수단으로 채택하는 녹색프리미엄은 전력 소비자가 한국전력에 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RE100 인증에 활용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전력을 공급했다는 증명서인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는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RE100가입 기업이 늘어날수록 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생산비용 부담이 커진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치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고출력 태양광 모듈의 모습 /사진제공=HD현대에너지솔루션

출력제한과 태양광 발전입지 규제도 걸림돌이다. 출력제한은 일일 전력 수요보다 발전량이 많을 경우 정전을 방지하고 계통을 안정시키기 위해 발전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날씨나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태양광·풍력 발전이 출력제한의 대상이 된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느는 데도 발전량 증가세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격거리 규제도 대규모 발전소 설치를 막는다. 국내 사업장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대규모 발전 시설이 필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조례엔 이격거리 규제가 남아 있다. 지난해 기준 226개 중 129개 지자체가 주거지역, 도로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RE100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에 CF100(무탄소전원 100% 사용)도 새로운 목표로 떠오른다. CF100은 '24/7 CFE'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매일 24시간, 일주일 내내 무탄소 에너지만 사용하는 글로벌 무탄소 운동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국내 여건 특성상 RE100보다 원전과 수소연료전지까지 포함한 CF100으로 탄소중립 전략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업계는 CF100을 새로운 목표로 삼더라도 재생에너지 시장 개선을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국내 RE100 기업은 점차 늘어날 것이고, 결국 모든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하다"며 "CF100 역시 기존 전력시장의 개편을 동반하는 만큼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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