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이사가야 하나'…난임부부 '볼멘소리' 터지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 2023.06.29 14:55

서울 등 다음 달 난임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 제한 폐지
'중위소득 180% 이하' 기준, 여전히 유지하는 곳도
이달 중 발표 예정이던 복지부 특별 대책도 미뤄져

지난해 10만건 이상의 난임부부 시술 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정작 지방자치단체별로 소득 기준 등 지원 내용이 달라 환자의 혼란이 크다. 이달 중 공개 예정이었던 난임부부 지원 정책 발표도 미뤄졌다. 저출생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 시술비 지원 사업을 다시 중앙정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연 3일 주어지는 난임 치료 휴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29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급증하는 난임 환자로 시술비 지원 사업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신청은 10만5067건을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해 3만2663건이나 늘었다. 실제 지원받은 인원은 4만9208명이다. 같은 기간 1만241명 증가했다. 난임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2021년 26만3045명으로 2017년 대비 약 4만명 이상 늘었다.

조은혜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하루 평균 500~600명 정도 방문하는데 휴일은 평일보다 더 붐비고 진료 환자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기시간이 짧으면 1시간, 길면 3~4시간 이상 걸려 많은 환자가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결혼한 부부가 임신하지 못한다는 건 상상 이상의 좌절감을 가져온다"며 "또한 시간과 비용도 적지 않게 들여야 한다. 마치 '출구가 없는 터널에 갇힌 상태와 같다'고 표현하는 환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난임부부 정책은 '건강보험 급여'와 '시술비 지원 사업',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가령 신선배아 시술의 경우(1회 약 300만원) 건강보험으로 환자는 9회차까지 시술당 90만원만 내면 된다. 여기서 중위소득 180% 이하(2인 가구 기준 월 622만원)에 해당하면 최대 110만원을 또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제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 혜택이 지역마다 달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시술비 지원 사업은 지난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 관리로 넘어갔다.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정한 공통 지침 범위에서 각 지자체는 예산 상황에 따라 추가 지원을 할 수 있다. 경남 진주시는 임신이 실패할 때마다 20만원의 격려금을 주고, 울산 울주군은 난임부부에 교통비를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처럼 세부 지역별로 지원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예산에 여유가 되는 지자체는 '중위소득 180% 이하'라는 기준을 폐지하기도 했다.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인천이 대표적이다. 이들 세 지역은 다음 달 1일부터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난임부부에 시술비를 지원한다. 이보다 앞서 부산, 대구, 세종, 전남, 경남 등도 소득수준 기준을 폐지했다.


반면 대전, 울산,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소득 기준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육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저출생이다 뭐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면서 임신 준비하는 모든 난임 부부에게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역별 혜택 편차에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과 선호도 등에 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난임이라는 건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으로 이양된 여러 사업 중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의 적합도 점수가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지자체가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주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방향성이 맞는지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고 짧게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의 난임 특별 지원 대책 발표는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복지부는 이달 중 난임·다둥이 가정 지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난임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와 협의해 소득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조정하는 안이 거론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급한 현안 처리 등이 생겨 발표 시기가 조금 조정될 뿐이지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 3일로 규정된 난임 휴가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 교수는 "난임 치료 특성상 계획처럼 치료가 흘러가지 않으며,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며 "시험관 시술 기준으로 신선배아 이식은 차수당 휴가가 4~5일, 동결배아 이식은 차수당 3~4일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병원 대기로 거의 하루를 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휴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난임부부 지원의 개선은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난임 치료 분야에서 유명한 독일 제약사 머크가 지원한 영국 '이코노미스트 임팩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9개 국가 중 초혼 연령이 31.5세로 가장 높았다. 이 보고서는 성공적인 난임 정책 사례들을 소개했는데 미국에서는 2003년부터 연방정부 차원에서 난임부부 치료와 지원을 확대하자 35세 이상 여성의 출산율이 32%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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