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돈 되는 저출산·저출생 대응 전략

머니투데이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2023.06.30 05:50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0.78'의 공포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다. 2016년 이후 초저출산·저출생 시대가 본격적으로 우리 앞에 펼쳐지다 보니 온 나라가 '아이 낳기 전선(戰線)'을 이끌려는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골병이 들어서 나타나는 저출생 현상인데, 영양제 몇 개 먹이고 한두 군데 수술한다고 금방 건강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대개조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이제 진짜 많은 것을 버리고 변화할 때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던 서유럽 국가에서의 흐름을 보면 여성의 독박육아·경력단절이 사라지지 않은 국가, 다양한 삶과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 부모의 일·가정양립이 어려운 국가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져갔다.

반면 아빠가 함께 돌보고 일하는 성평등한 부부, 비혼과 기혼출산을 차별하지 않는 등 다양한 삶의 형태와 가족관계에 대한 인정, 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사회개혁 등으로 대응한 국가에선 아이 울음소리가 다시 커졌다. 노르딕 국가에서의 대응이 빨랐고, 독일어권 국가에서 늦었으며 지중해권 국가들은 여전히 주춤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유럽 국가는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성의 독박육아·경력단절, 부계혈통주의에 기반한 정상가족에 대한 굳건한 신념, 불가능한 일·가정 양립, 여기에 아이 교육비에 허리가 휘어지는 부모와 손해 보는 가족을 만들지 않으려는 청년, 소멸위험지역의 모습이 겹치면서 저출생의 늪에 빠져 있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온몸이 병든 한국을 치료하기 위한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결혼 후 새롭게 형성된 가족에서 엄마는 독박육아·경력단절을 모르고 아빠는 부양 부담에서 해방돼야 한다. 아빠 중심 부계혈통주의는 민법에서 사라져야 한다. 엄마 성을 받은 아이, 엄마와 아빠 성을 함께 쓰는 아이가 유치원과 학교에서 자연스러운 존재가 돼야 한다. '이웃집 찰스'가 지켜보고 재미로 소비하는 언론의 상품이 아니라 '우리집 찰스'로서 일상이 돼야 한다.


또 초등돌봄절벽이 사라지고, 부모가 전문노동력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아이가 오후 5시까지 머물 수 있듯이 초등학교에서도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늘봄학교'가 시급히 확대돼야 한다. 가족친화기업이 여성가족부 사업 실적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 부모의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 돼야 한다.

10대 후반에 만든 성적이 나머지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에서 사교육비 부담은 줄어들 수 없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이 교육 기회와 연결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가족관계가 민주화되고, 사회 곳곳에서 서열사회를 무너뜨리는 개혁이 일어난다면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가 돈 되는 전략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거시경제적으로 볼 때 인구규모 축소는 경제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아이울음 소리카 커지면 한국 경제는 더 많은 투자자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부모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키운 아이들이 노후를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돈 되는 투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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