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대기, 진료는 1분…속 터지던 환자들, 결국 여기로?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박미리 기자 | 2023.06.29 10:10

[MT리포트]디지털 헬스케어, 돈 될까②

편집자주 |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촉망받는 미래산업이란 평가에 이견은 없는 듯하다. IT(정보기술)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의료 기술의 발달과 융합으로 여건은 갖춰졌다. 하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너도나도 디지털 헬스케어라는데, 정말 돈이 될까. 규제 장벽을 넘고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까.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글로벌 기업이 파산했다. 비대면 진료 허용 등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명과 암을 짚을 때가 됐다.

"의심의 여지 없이 확정된 미래."

제약·바이오와 의료 업계 종사자 대부분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가 유망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전문가는 '확정된 미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 시장성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단 뜻이 담겼다.



시장규모 4년 뒤 700조원 육박…필연적 장밋빛 미래


이유는 뭘까. 우선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IT(정보기술)·AI(인공지능)·로봇 등 기술 발달이 맞물려 의료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갈수록 의료 시장에서 더 많은 사람이 효율적인 서비스를 요구할 테고 이에 따라 디지털 기반 의료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주요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나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듯 의료 서비스 역시 스마트한 디지털 헬스케어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국내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며 이미 많은 환자가 원격진료의 편리함을 경험했다. 규제 영역과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란 의료 시장의 큰 흐름은 이미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많은 환자 사이에서 "간단한 통증인데 1시간 기다리고 의사랑 1분 대화하고 약을 타야 하는 비정상적인 불편함을 겪지 않아 좋다" "여러 사정으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나 보호자에게 정말 유용하다" 등 호평이 나왔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해외 시장 진출, 규제 개선 등 측면에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0년 1520억달러(약 198조원)에서 2027년 5080억달러(약 662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8.8%에 달한다. 더 나아가 TLGG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연평균 28% 성장하며 2035년엔 처방전 기반의 치료제 시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승재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장(라이프시맨틱스 대표)은 "의료의 디지털 전환은 IT 서비스를 활용해 기존에 깔아둔 도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스마트 시티'와 같다"며 "의사 한 명이 더 많은 환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의료' 도입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눈앞으로 성큼


디지털 헬스케어는 다양한 IT 기술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이 융합하며 의료, 건강, 진료, 치료, 예방, 재활, 요양 등 영역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서비스와 의료기기, 치료제, 플랫폼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신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건강관리 등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영역이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플랫폼 기술 등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전통적인 방식보다 효율적일 수 있단 공감대가 의료 현장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주변 곳곳에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디지털 헬스케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루닛뷰노 등 기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질환이나 질병 조기 진단 기술을 앞세워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올해 챗GTP가 불러온 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주식 투자자에겐 낯익은 이름이다.


국산 1호 디지털 치료제도 올해 등장했다. 에임메드의 디지털 불면증 치료제 '솜즈'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스마트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의사의 처방을 받은 환자가 사용할 수 있다.

또 곧 IPO(기업공개) 공모에 나서는 파로스아이바이오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도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많은 사람이 유용하게 쓴 '굿닥' 같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도 디지털 헬스케어의 일종이다.



아직 지배자 없는 블루오션…세계 시장 기회 잡아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직 절대적인 지배자가 없기 때문이다. 포털 구글, 온라인 유통 아마존, 메모리 반도체 삼성전자 같은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이다. 소수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과점하며 독보적인 지배력을 구축한 제약 시장과도 다르다.

그래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국내 스타트업이나 벤처도 얼마든지 도전장을 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IT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편이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수월한 측면도 있다.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글로벌 기업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미 실현되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개인 의료 정보 보호 등 규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산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의료 시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기나 서비스로 당장 이익을 내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실제 국내 주요 의료 인공지능, 빅데이터, 신약 개발, 디지털 치료제, 플랫폼 기업 중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의미 있는 수준의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안정적인 이익률을 확보한 기업은 아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디지털 헬스케어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이 언제까지 외부 투자에만 의존하며 꾸준히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일부 산업 현장에선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국내 기업만 규제에 가로막혀 세계 시장 진출의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이 협업을 통해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고 실제 이익 창출로 연계하는 성공 모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성장 기업이 등장하고 투자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기업과 시장이 투자해 이익을 내고 서비스와 제품, 기술력을 고도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 건강에 기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김법민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국내만 보면 새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고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기 위한 어려운 도전을 할 만한 시장 규모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세계 시장을 노릴 수 없는 서비스나 기술이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먼저 경험과 실력을 축적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구조를 안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호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바이오헬스에 포함해 국정과제이자 6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하나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키우기 위해 소비자 사용성 제고(가치입증), 공공헬스 적용(국민체감), 해외진출(내수한계 극복) 등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육성과 규제 허들을 넘기 위한 입법적 개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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