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중국 SNS에선 중국인 환자를 위한 중국어 안내문까지 제작한 한국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고 있었다. 그중 서울 강남의 A한방병원에서 진료받았다는 중국인 B씨는 진료행위별 국민건강보험 혜택 적용가를 중국어로 적은 비용 안내문을 찍어 올렸다. 사진 속 안내문은 "국민건강보험이 있는 분은 보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각 진료비에서 건보 혜택을 적용한 이후 환자가 내는 값이 '침치료+물리치료'는 1만원 안팎, 추나요법은 3만~4만원, 정골수기요법(틀어진 뼈를 바로잡는 치료법)은 10만원 안팎이라고 쓰여 있다.
이 가운데 추나요법(단순·복합·특수 추나)은 2019년 4월부터 연간 20회까지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종류에 따라 기존 2만5000원~6만5000원대였던 본인부담금이 1회당 1만2000원~3만원대로 낮아졌다. 여기에 실비 혜택까지 적용하면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은 1만원 안팎으로 더 줄어든다. B씨는 "중국인도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한국 실비보험까지 가입하면 침치료+물리치료, 추나요법, 정골수기요법 모두 1만원 정도씩이면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해당 한의원에서는 '정골수기치료 1회차, 5회차, 10회차 공짜'라는 프로모션까지 중국어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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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환자 수, 코로나19 이후 줄었다가 증가세 ━
병·의원의 '중국인 모시기' 경쟁은 '완전 공짜 진료'라는 파격적인 혜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 다이어트 한방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C 한의원에선 매년 30명씩 비만한 중국인을 뽑아 비만 치료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 이곳 원장은 "중국인 비만 환자가 매년 100명 정도 찾아오는데, 그들이 살을 빼줄 것을 추천한 사람 중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무료 진료 대상자를 선별한다"라고도 밝혔다. 비만 치료는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짜 치료로 유인된 중국인이 비만 외, 또 다른 질병 치료 목적으로 침·뜸·부항 치료나 추나요법 등을 추가로 받았다면 건보와 실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국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은 동영상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판 유튜버' 개념인 인플루언서를 중국에선 왕훙(왕홍)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인 환자를 많이 다루는 한의원·한방병원·산부인과·이비인후과·수면 클리닉 등에선 왕훙이 병원 찾아가는 방법부터 병원 내 진료 순서에 따른 동선, 의사 인터뷰 등 영상을 연달아 올리고 있다. 그중 서울 강남구의 한 수면 클리닉은 입구부터 검사 항목, 층별 안내까지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어까지 기입돼 있다. 샤오홍슈에서 왕훙으로 활동하는 23세 남성 D씨는 이곳을 찾아가는 방법부터 병원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 치료받는 과정, 병원 내부 전경 등 세세한 동선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병원이 샤오홍슈 왕훙을 섭외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왕훙이 중국 SNS에 특정 병원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다면 병원에서 돈을 주고 섭외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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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지자체, 자궁경부암 백신 공짜 혜택 열어 ━
충주시를 제외한 대다수 지자체 보건소는 정부 방침을 따라 만 13~17세 모든 여성, 만 18~26세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는데, 3개월 이상 체류해 외국인등록증이 있는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서초구보건소 관계자는 "만 18~26세의 저소득층인 외국인인 경우에도 주민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득수준을 입증할 만한 증빙서류를 발급받아오면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인 발(發) 건보 재정과 실비 누수가 더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며 2027년 외국인 환자 7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로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출입국 절차 개선 ▲지역·진료과 편중 완화 ▲유치산업 경쟁력 강화 ▲한국 의료 글로벌 인지도 제고 등 4대 부문별 추진전략을 세웠다. 그 예로 법무부는 중국인 등 외국인의 비자 발급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온라인 비자 발급이 가능한 법무부 우수 유치기관을 현 27개에서 내년 5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전략까지 내놨다. 이에 대해 복지부 보건사업해외진출과 김광수 사무관은 "복지부가 집계하는 외국인 환자의 기준은 '우리나라 국적이 아니면서 건보에 가입하지 않은 자'이므로 건보 재정 누수와 관련 없다"면서도 "하지만 건보는 가입하지 않더라도 실손의료보험(실비)에 가입한다 해도 외국인 환자로 집계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약 한국을 찾은 중국인 환자들이 보험금 허위·과잉 청구로 실비 혜택을 받아 간다면 민영보험의 보험료가 전체적으로 인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1년 4년 동안 중국인 가입자의 건보 누적 적자 규모는 2844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중국인 건보 가입자들은 2조2556억 원의 건보료를 내는 동안 건보공단에서 급여 혜택으로 2조5400억원어치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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