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담배보다 펜타닐 더 한다?…"말도 안돼" 질타 부른 여가부 조사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3.06.26 14:54

여가부 실태조사 '도마 위'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청소년이 담배보다 펜타닐 패치를 더 많이 경험했다는 설문 결과가 실제 처방 데이터와 차이가 너무 큰데다, 의사들조차 "말도 안 되는 결과"라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26일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중·고등학교 재학 청소년 1만7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 국내 학생들의 펜타닐 패치 사용 경험은 10.4%로 10명 중 1명에 달했다. 병원에서 처방받았다는 비율이 94.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중·고등학생의 음주 경험은 13.7%, 흡연 경험은 4.2%였다. 담배보다 펜타닐 패치를 경험한 비율이 2배 정도 많은 것이다.

하지만, 규제당국이 실제 병원에서 수집하고 있는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는 이보다 턱없이 낮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미만의 펜타닐 패치 등 주사제 외 제형의 처방 환자 수는 고작 482명 불과했다. 같은 해 전체 청소년 인구(약 821만명)를 적용해 비율을 따지면 0.006%도 되지 않는다. 펜타닐 패치 외 알약, 코 스프레이 등을 모두 포함한 결과인데도 1%에 한참 못 미친다. 동일 품목의 처방 건수는 2019년 157만298건, 2020년 155만3434건, 2021년 148만8325건, 지난해는 133만7987건으로 집계됐다.


펜타닐은 말기 암이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등 일반 진통제로 해결하기 힘든 극심한 통증을 잡는 데 쓰는 마약성 진통제다. 효과가 강력해 몇 ㎎만 사용해도 사망할 수 있고 중독성도 심해 미국에서는 '좀비 마약'이라고 불린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는 대부분 펜타닐을 용량이 적은 패치나 스프레이 형태로 처방한다.

특히, 이번 여가부 조사 대상인 청소년의 경우 최저 용량으로도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어 병원에서 꼭 필요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아예 처방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정지원 교수는 "최근에 펜타닐 패치를 써야 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펜타닐 패치 등 마약성 진통제는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 규모를 가리지 않고 처방량이 엄격히 관리되고, 전체 병원에 처방 기록이 공유된다. 더군다나 안전을 이유로 미성년자에게 펜타닐 패치를 처방하는 의사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가부의 이번 조사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여가부는 "약물 복용 여부를 묻는 조사표 문항에서 진통제(펜타닐 패치) 즉, '진통제'라는 표현이 전면에 배치돼 일반 진통제 이용 경험까지 다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실태조사 시 이번 조사 결과 등을 고려해 필요한 사항을 보안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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