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어디까지? 정의부터 혼선…가정의학 "우리도 포함해야"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 2023.06.26 13:58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 국회서 본격 논의
개념과 범위 두고 논란… 가정의학과 "1차 의료도 포함해야"
"특정 진료과목이 아니라 의료행위별로 논의해야"

필수의료를 살리려는 지원책이 논의되는 가운데 개념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수의료 지원을 명시한 법률안이 여러 발의됐지만 정작 '필수의료'가 무엇인지 기본적인 합의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응급·외상·심뇌혈관 등이 일반적으로 거론되지만 만성질환 관리 등 1차 의료를 필수의료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필수의료 종사자의 형사처벌 완화까지 논의되는 상황이라 개념 정의와 범위를 설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평가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검토했다.

법안 취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청소년과 대란'으로 최근 이슈가 된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수의료 지원·육성 방안을 수립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필수의료 종사자의 의료사고 형사처벌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의사가 의료사고 소송 부담감 때문에 필수의료 진료과를 기피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그러나 복지위 검토 의견에서 '필수의료'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안에서는 필수의료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의료서비스'로 정의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게 했다.

이에 복지부는 "입법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필수의료' 및 '필수의료 종사자'에 대하여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한계 등을 감안해 개선·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개념이 다소 불분명하게 규정돼 있어 법률 문언만으로는 규율하고자 하는 의료행위, 의료인 범위 등이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용어의 개념과 범위 설정은 필수의료 지원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필수의료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국가 지원의 대상이 되는 의료인과 환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필수의료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형의 감면 규정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법제처 의견처럼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대상도 갈릴 예정이다.

문제는 필수의료의 통일된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의료서비스'라는 큰 틀의 합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진료 과목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이견이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발의한 비슷한 법안에서도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되고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영역으로 정의됐다. 여기에 '지리적 문제 또는 수요와 공급 불일치로 인하여 의료 공백이 발생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 영역'이라는 개념이 추가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도 구체적 의료 분야는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명확한 개념 설정은 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의료계 종사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필수의료 살리기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존 법률과 정부 정책에서도 필수의료 개념은 상황마다 다르게 설정됐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23조에서는 필수의료를 '응급·심혈관·뇌혈관 등 생명과 직결된' 분야로 정의했다. 최근 이슈가 된 소아청소년과 대란 및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 현상을 담기에는 좁게 설정된 개념이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10월 발표한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에서는 필수의료 분야를 △응급·외상·심뇌혈관 △산모·어린이 의료 △장애인·재활 △지역사회 건강관리 △감염 및 환자 안전 등으로 다소 넓게 규정했다.

필수의료에 비수술 진료 과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가정의학회는 "필수의료 정의를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긴박한 임상적 판단과 개입을 요하는 경우로 정의를 다소 국한하여 적용하고 있는바, 장기적으로 필수의료에 1차 의료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같은 주장은 국제연합(UN)이 설정한 '필수의료 서비스'(Essential health services) 개념과 맥락적으로 일치한다. UN은 해당 개념을 설명하는 지표로 중증질환이 아닌 고혈압·당뇨 관리, 산모 케어, 어린이 치료, 금연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대한영상의학회는 "현대 의료 행위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므로 필수의료 정의를 법률상 건강보험 급여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장은 "현재 필수의료에 당연한 듯 들어가는 소아청소년과는 사실 2019년까지만 해도 오히려 전공의 충원율이 100%가 넘는 과였다"며 "필수의료 용어 개념이 불분명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전문과를 필수의료로 지정해서 지원하는 게 정당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특정한 진료과목별이 아니라, 특정한 의료행위별로 어떤 부분에 좀 더 많은 보상과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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