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싣자마자 전문의 손길…골든타임 잡는다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 2023.06.26 05:30

[르포] 길 위의 응급실 '닥터카'

'2023 재난현장 구급 대응훈련'에서 가상의 사상자가 닥터카로 이송되고 있다. /인천=최지은 기자

지난 22일 오후 인천시 동구 화수동 HD현대인프라코어 부지. 긴급한 사이렌 소리가 귀를 울렸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대원들을 지나 빨간색 가방을 멘 외상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가 임시의료소가 차려진 텐트 안으로 뛰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시의료소에서 나온 이들은 환자에게 산소를 주입하면서 '닥터카'로 이동했다. 인천소방본부와 인천중부소방서 주관으로 '2023 재난 현장 구급 대응 훈련'이 실시된 현장의 모습이다.

이번 훈련은 건물 내 가스 폭발로 화재가 일어나 사망 4명을 포함해 사상자 총 27명이 발생한 재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관련 인력 245명과 소방 장비 55대가 투입돼 구조부터 응급 처치, 병원 이송까지 실전처럼 이뤄졌다.

전세범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옮긴 가상의 사상자는 60대 여성 환자로 현장에서 의식이 저하되고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70에서 50 정도로 굉장히 낮은 상태였다. 산소포화도는 85%까지 떨어지고 몸 내부 출혈로 인해 쇼크가 발생해 혈액을 투여하며 외상 센터로 즉시 이송해야 했다.

환자가 옮겨진 곳은 '길 위의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카였다. 닥터카란 중증 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외상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가 탑승하는 구급차를 뜻한다. 이송을 시작할 때부터 외상 전문의가 동행해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 구급차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닥터카 내부에서는 기관 삽관(인투베이션), 혈액 수혈 외에 실제 수술이 이뤄지기도 한다. 2021년 10월 경기 김포시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의 팔이 파쇄기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신고를 받은 119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팔을 빼내거나 기계를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닥터카를 타고 현장에 간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의료진이 환자 동의를 받아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즉시 시행해 환자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가천대 길병원과 인천시는 2019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닥터카 운영을 시작했다.

119에 구조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접수한 119 관계자가 환자 상태를 살핀 후 닥터카에 출동 요청을 한다. 5분 안에 출동해 최대 30분 이내에 도착하지만 이동 거리가 멀 경우 중간 지점에서 만나 환자에게 1분이라도 빠른 처치가 가능하도록 대처하고 있다. 닥터카를 통해 이송된 환자는 곧바로 외상 전문 응급실로 이송돼 처치를 받는다.

2015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예상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30%대를 기록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예상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사고 이후 적절한 조치만 받았어도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환자가 사망할 확률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예상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2019년 15.7%로 줄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4차 응급의료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을 2027년까지 10%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닥터카는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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