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 반란 진압까지... 푸틴 리더십 최대 위기 봉착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 2023.06.24 20:32
(AFP=뉴스1) 권진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용병단 수장.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6개월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까지 일으키면서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의 반란이 성공하기는 어렵겠지만 이후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등에 칼 꽂히는 상황 목격, 반역자엔 가혹한 대응" vs "엄청난 착각, 우리는 애국자"


(모스크바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대통령궁에서 바그너 용병단의 본토 진입 소식을 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화난 표정으로 긴급 TV 연설하고 있다. 2023.06.2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4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반역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반역 가담자에 대해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을 상대로 무기를 든 모든 이들은 반역자"라며 "러시아군은 반역을 모의한 이들을 무력화하도록 필요한 명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이번 반란 가담자들을 회유하는 메시지도 건넸다. 푸틴 대통령은 "속임수나 위협으로 인해 범죄적 모험에 휘말리고 무장반란이라는 중대 범죄의 길로 내몰린 이들에게도 호소한다"며 "지금은 전체 군의 단결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이 자신들을 공격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로 진입해 군 시설을 장악했다. 이후 바그너 그룹은 로스토프나도누에 이어 모스크바 남쪽 500㎞ 거리에 있는 보로네즈도 접수한 후 모스크바를 향해 북쪽으로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연설에 대해 프리고진은 "엄청난 착각"이라며 "우리는 조국의 애국자"라고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를 통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대통령, FSB(러시아 보안국) 또는 타인의 요청에 따라 항복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 전쟁, 바그너·러軍 갈등 키웠다"


[로스토프나도누=AP/뉴시스] 프리고진 프레스 서비스가 제공한 영상 캡처 사진에 24일(현지시각)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축출을 목표로 무장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은 자신과 부대원들이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2023.06.24.
프리고진은 그간 러시아 국방부의 지원 부족으로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 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었다.

외신은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 전장에 투입된 지난해 9월부터 프리고진과 러 국방부 간 갈등이 시작됐고, 개전 1년을 앞뒀던 지난 2월부터 갈등이 심화했다고 짚었다. 지난 4월 유출된 미 정보당국의 기밀문서에 따르면 프리고진과 러 국방부 간 갈등 고조에 푸틴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프리고진과 쇼이구 장관을 크렘린궁으로 불러 중재에 나섰다.

그런데도 두 사람 간 갈등은 계속됐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프리고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철수를 빌미 러 국방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쇼이구 장관의 탄약 지원으로 갈등이 해소되는 듯했으나 최근 바그너그룹 용병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갈등이 다시 고조했다.



"반란 진압되겠지만 푸틴 리더십에 큰 타격"


[바흐무트=AP/뉴시스]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영을 향해 다연장 미사일 MSLR BM-21 '그라드'를 발사하고 있다. 2023.06.22.
우크라이나와의 장기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반까지 진압해야 하는 푸틴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아마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고, 그는 매우 긴장해야 한다"며 "그는 이제 군대 중 하나를 바그너그룹을 대응하는 데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로스토프나도누에는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맞서 방어 작전을 펼치고 있는 제58연합군의 본부와 우크라이나 전방을 책임지는 러시아 합동군 사령부가 있다. 러시아군으로서는 로스토프나도누를 위주로 바그너그룹의 진격을 막는 등 전력 분산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근 열흘 넘게 반격을 이어온 우크라이나에겐 좋은 기회인 셈이다.

테일러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이제 반격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이것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정권과 러시아 군대의 혼란을 이용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이날 트위터에서 "프리고진 또는 반 프리고진 집단 중 누군가는 반드시 패배한다"며 "러시아에서는 모든 것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반란을 진압하더라도 이후 리더십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에 따르면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용병에 의존해야 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며 "이 쿠데타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이번 쿠데타 시도는 전쟁이 끔찍한 실수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그너 군대가 푸틴의 국가 통제를 위협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막으려는 것이 아닌 자국 보존을 위해 군사력을 재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도 이날 트위터에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군부의 불화가 노골적인 군사적 대결로 확대됐다"며 "근래 러시아에 대한 가장 중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폴란드 등 러시아 주변 유럽국가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오물만 들어 있는게 아니었어?...북한이 띄운 풍선 만지면 벌어지는 일
  2. 2 손웅정 변호사에 '1억 리베이트' 제안한 학부모… "형사 문제될 수도"
  3. 3 '낙태 논란' 허웅, 방송계 이어 광고계도 지우기…동생 허훈만 남았다
  4. 4 '드릉드릉'이 뭐길래?…임영웅, 유튜브에서 썼다가 댓글 테러 폭주
  5. 5 "입맛 뚝 떨어져"…즉석밥 뒤덮은 '곰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