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이 된 희망…타이타닉 잠수정 '폭발', 美해군은 알고 있었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3.06.23 11:51

"출항 몇시간 뒤 폭발음", 美 해군이 감지
재앙적 내파 발생… 5명 탑승자 전원 사망

타이탄 잠수정/로이터=뉴스1
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보려다 실종된 잠수정 탑승자들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 지점 인근에서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감지되며 생존 신호일 수 있다는 희망이 부풀었지만, 비극적인 폭발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났다. 미 해군은 잠수정 실종 당일 폭발음을 감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 잠수정 5명 전원 사망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해양경비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타이타닉 뱃머리에서 약 1600피트(약 488m) 떨어진 해저에서 오션게이트익스페디션의 심해 잠수정 '타이탄'의 잔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탑승자 5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잠수정이 출항 1시간45분 만에 교신이 끊긴 뒤 나흘 만의 일이다.

수색 과정에서 이틀 연속 쾅쾅 두드리는 듯한 수중 소음이 포착돼 잠수정이 아직 표류 중인 게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탐지된 소음은 잠수정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잠수정 수색 작업을 주도해온 존 모거 해군 소장은 "이곳 해저 아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환경"이라며 "잔해는 잠수정에서 재앙적인 내파(implosion)가 발생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내파는 외부 압력이 내부 압력보다 커 구조물이 안쪽으로 붕괴하는 현상을 뜻한다. 사고 발생 시점과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밀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실종된 선박에 탑승한 승객은 영국 억만장자이자 탐험가인 해미쉬 하딩(58), 파키스탄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 출신인 사업가 사쟈다 다우드(48)와 그의 아들 술레만(19), 전 프랑스 해군장교이자 해양전문가인 폴 앙리 나졸레(77),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설립자 스톡턴 러시(61) 등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해미쉬 하딩, 스턱턴 러시, 사쟈다·술레만 다우드, 폴 앙리 나졸레/AFPBBNews=뉴스1
이들은 모두 모험을 즐기며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딩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통해 지난해 우주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다우드 부자는 평소 남극과 아프리카 등 오지 여행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졸레는 타이타닉 잔해가 있는 대서양 바다를 35차례 이상 잠수한 전문가로, 이전에도 오션게이트익스페디션 잠수정에 탑승한 적 있다. 러시는 사고 잠수정을 직접 몰았다.

오션게이트익스페디션은 탑승자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 사람들은 세계의 바다를 탐험하고 보호하는 데 깊은 열정을 가진 진정한 탐험가들이었다"며 "우리는 이 비극적인 순간 이 다섯 명의 영혼 및 그들의 유족과 함께 할 것"이라고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출항 몇 시간 뒤 폭발음이… 미 해군은 이미 알았다


미 해군은 타이탄이 출항한 지 몇 시간 만에 해저에서 폭발음으로 의심되는 소리를 감지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관계자들은 이를 즉시 책임자에 보고했고, 이는 잠수정 수색 범위를 좁히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음이 들려온 곳은 타이탄 잔해가 발견된 장소와 인접한 곳이었다고 한다.

미 해군은 감지된 소음이 폭발음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고, 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길 원해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미 해군의 한 고위 관리는 "해군은 즉시 음향 데이터를 분석했고 잠수정이 운행하던 부근에서 내폭 혹은 폭발로 보이는 비정상적 현상을 감지했다"며 "확정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보는 당시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던 지휘관에 즉시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해군은 국가안보 문제와 연관이 있는 만큼 폭발음을 감지한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말아 달라고 WSJ에 요청했다. WSJ은 "일반적으로 이 시스템은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데 사용된다"고 부연했다.

영화 '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ABC방송 인터뷰에서 "경고를 무시한 유사한 비극이 같은 장소에서 발생했다"며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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