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담배꽁초가 수북이…"곧 장마인데 빗물받이 또 막힐라"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 2023.06.23 14:55
23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역 3번 촐구 인근 한 빗물받이. 담배꽁초 수십 개가 무단 투기돼 있다./사진=양윤우 기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해 여름 서울 곳곳이 침수됐다. 배수로 역할을 하는 빗물받이 입구가 담배꽁초 등 이물질로 막혀 있어 피해를 더 키웠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빗물받이에는 담배꽁초와 이물질들이 많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역 3번출구 인근 한 빗물받이도 마찬가지였다.

삼성동의 한 편의점 업주 A씨는 "흡연자들이 꽁초를 빗물받이에 하도 던져서 기껏 청소해도 다음날 또 쌓인다"며 "흡연 금지라는 표지를 붙여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폭우로 발생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 120명을 포함해 환경미화원과 자원봉사자 등 2만3000여 명의 인력으로 빗물받이 등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에만 빗물받이가 55만8000여 개에 달하고 쓰레기가 쌓이는 속도가 빨라 상시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도로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하루 평균 약 1246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버려진 담배꽁초가 빗물받이와 하수구로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장마나 폭우, 태풍이 휩쓰는 시기마다 침수를 유발하는 단골 원인이다. 폭우가 내리면 이물질이 토사와 합쳐져 하수관을 막아 물이 넘치고 역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폭우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 3명이 침수로 고립돼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초등학교 인근에서 도시 침수 대응을 위해 빗물받이 관리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의 작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3.06.23.

지자체는 지속적으로 빗물받이를 관리하고 담배꽁초를 무단 투기하지 못하도록 시민들을 계도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흡연자들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할 경우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나 벌금 수위를 높이는 한편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지 못하도록 쓰레기통 설치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 집행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다 적발되면 내·외국인 상관없이 법원에 기소한다. 통상 처음 적발됐을 땐 최대 2000 싱가포르달러(약 170만원) 벌금형을 부과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처벌과는 별개로 거리 곳곳에 20~30m 간격으로 쓰레기통도 설치해놓고 있다.

이와 관련, 강남구 역삼동에 거주하는 흡연자 20대 남성 우모씨는 "서울시가 통행이 잦은 곳에 흡연구역을 만들어서 담배꽁초를 배수구에 버릴 필요 없게 유도했으면 좋겠다"며 "담배는 팔면서 꽁초를 버릴 재떨이나 쓰레기통은 없으니 빗물받이에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내 쓰레기통은 1994년 7607개에서 2022년 4956개로 줄었다. 도심 쓰레기통이 미관을 해치고 쓰레기 투기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25일 제주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26일 중부지방을 포함한 전국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싱가포르의 한 흡연구역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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