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을 탔던 승객들이 증언에 나섰다. 승객들은 잠수정을 타기 전 운영사가 내민 방대한 면책 서류에 서명해야 했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및 A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잠수정 '타이탄'의 운영사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은 승객들에게 첫 페이지에 '사망'이라는 단어가 최소 3번은 적힌 포기 각서에 서명하게 했다.
지난해 7월 이 잠수정을 타고 타이태닉호를 구경한 마이크 리스(63)는 BBC와 인터뷰에서 "여행 중 사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연이어 나열된 방대한 면책 서류에 서명했다"며 "첫 페이지에만 '사망'이 세 번이나 언급돼 있었기 때문에 쉽게 잊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리스는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을 만든 뉴욕의 작가 겸 제작자다.
이어 "타이태닉호에서 한 번, 뉴욕 앞바다에서 두 번을 이 회사의 잠수정을 타고 들어갔는데, 매번 통신이 끊겼다"고 덧붙였다.
다른 승객들도 탑승 당시 증언을 내놨다. 독일의 은퇴한 사업가로 알려진 아서 로이블(61)은 2년 전 이 잠수정의 첫 번째 고객이다.
그는 AP와 인터뷰에서 "배터리와 무게추의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다이빙이 계속 지연됐고 항해에 10시간30분이 소요됐다"며 "돌이켜보면 관광이 약간 모호했고 내가 순진해 빠졌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이 잠수정을 탔던 미국 CBS 데이비드 포그 기자가 서명한 면책 서류에도 "잠수정 탑승 시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 사망도 발생할 수 있다"거나 "이 잠수정은 시제품으로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조항이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그 기자는 "면책 서류에는 여덟 가지 방식으로 사망이나 전신 불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면서도 "지난해 탑승 시점까지 오션게이트 잠수정 탑승객 중에서 사망자나 부상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탑승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잠수함 업계 전문가들이 2018년 작성한 서한을 공개했다. 이 서한에는 타이탄 개발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해양 엔지니어, 기술자 등으로 이뤄진 해양기술협회도 "타이탄의 개발과 타이태닉 탐험에 우려를 표한다"며 "오션게이트가 채택한 현재의 실험적 접근방식에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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