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兆가 쉬워?" CJ CGV 유상증자 '쇼크'에 개미 '비명'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 2023.06.21 18:06
CJ CGV가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실적이 악화했던 CJ CGV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큰 규모에 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1조원 규모 자본 확충, 부담은 기존 주주들에게


21일 코스피 시장에서 CJ CGV는 전 거래일 대비 3060원(21.10%) 내린 1만144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가뿐히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것은 물론, 주가가 2008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CJ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CJ주식회사의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회계법인 평가액 기준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4500억원 수준이다. CJ CGV 살리기에 총 1조원 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셈이다.

CJ CGV의 위기는 튀르키예에서 시작됐다. 2016년 튀르키예 영화관 소유 기업인 'MARS ENTERTAINMENT GROUP INC.(마르스 엔터)'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TRS(총수익스와프) 악재로 실적 부담을 겪었다. 리라화 가치도 추락하며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극장 규제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등으로 구조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엔데믹' 시대 개막으로 극장 관객수가 점차 회복되고 해외 실적도 개선되는 등 볕이 드는 듯 했다. 그러나 전날 대규모 유상증자로 시장의 기대는 와장창 무너졌다. 5700억원의 유상증자 규모는 CJ CGV 전체 시가총액(20일 기준, 7000억원)의 80%에 달한다. 특히 유상증자 금액 중 절반이 넘는 3800억원이 채무 상환 목적으로 적시되면서 악화한 재무 상황이 재부각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의 규모가 크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 확실한데도 유상증자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사정이 급하다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유상증자로 인해 고스란히 주식가치 희석에 따른 피해를 볼 처지에 놓여서다. 이번 증자로 CJ CGV는 7470만주를 새롭게 발행한다. 이는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인 4772만8537주의 1.5배가 넘는다. 신주의 예정발행가도 7630원으로 전날 종가(1만45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전날 장마감 후 유상증자 공시가 나오자 CJ CGV는 시간외 시장에서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증권가에서는 CJ CGV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애써 시장을 달래려는 분위기다.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반응들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극장업에 대한 시장 의구심과, 유상증자의 규모가 매우 큰 만큼 단기 주가 불확실성은 피해가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혀 왔던 재무구조를 안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자본확충을 통한 순차입 축소로 이자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며 "매년 100억원 수준의 올리브네트웍스 배당, 점진적인 본업 턴어라운드로 자금사정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차입금 부담을 해소하지 못해 금융 비용이 증가하면, 본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더라도 회사의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는 '흑자부도' 우려가 증가하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의 실적 개선 흐름도 일말의 희망이다. CJ CGV에 따르면 올 1분기 베트남 시장 점유율 1위인 CGV 베트남 법인은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CJ CGV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재무상황을 개선하는 동시에, 영화상영 중심 사업구조를 혁신해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 사업자로 진화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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