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내려라"…농심·오뚜기 '고심' vs 삼양 '가능성'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3.06.21 07:10

내수 중심 오뚜기 직격탄...수출 비중 높은 삼양식품 민감도 낮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고르는 모습. 2023.6.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발언으로 국내 빅3 라면 제조사인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등 충격파가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각 사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농심과 오뚜기는 가격 인하를 고심하나, 삼양식품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 같은 반응은 각 사의 사업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내수 판매 비중이 높을수록 출고가 인하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라면 내수 의존도 오뚜기→농심→삼양식품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 제조사 중 내수 비중이 가장 높은 업체는 오뚜기로 알려졌다. 오뚜기는 지난해 면제품류에서 88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약 90%를 국내에서 판매했다. 오뚜기 면제품류 매출은 대부분 라면인데, 내수 시장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업계 1위 농심은 지난해 라면 매출액 2조4664억원 가운데 약 60%가 내수 실적이며, 수출 비중은 약 40%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라면 등 인기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내수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출고가 인하에 따른 충격이 적지 않다.

삼양식품은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이 10% 초반대로 업계 3위이나, 수출 비중이 3사 중 가장 높다. 지난해 매출 9090억원 중 67%인 6050억원이 수출이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출 위주로 사업 구조가 탈바꿈했다.

삼양식품은 또 라면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소맥분)를 자체 생산한다. 삼양식품의 100% 자회사인 삼양제분은 2018년 8월부터 공장을 가동 중인데, 이곳에서 삼양식품 연간 밀가루 사용량의 절반 수준인 약 6만톤을 생산한다. 밀가루를 대한제분, 삼양사 등 전문 제조사에서 조달하는 농심과 오뚜기보다 원재료의 외부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라면 빅3 업체 중 삼양식품의 원가 경쟁력이 가장 높고, 국내 출고가 인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라면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약 10% 인상했다. 9월 농심이 신라면, 짜파게티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1.3% 올리자 10월 오뚜기가 진라면, 진짬뽕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1% 올렸다. 삼양식품과 팔도는 각각 9.7%, 9.8% 가격을 인상했다.


MB 시절 라면값 인하 재현될까...업계 "그 때와 상황 다르다"


한 번 오른 식품 가격은 잘 내려가지 않지만, 아예 없던 일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 밀가룻값이 떨어지자 국내 라면 업계는 출고가를 20~50원 낮췄다. 이전보다 약 6~7% 가격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때처럼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추 부총리 말대로 국제 밀 가격이 내려간 것은 맞지만, 국내 밀가룻값은 여전히 비싸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1년 전보다 국제 밀가격이 50% 내려갔어도 라면 제조사가 제분사에서 공급받는 소맥분 가격은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라며 "전분, 설탕 등 다른 원재료 가격은 작년보다 비싸졌다"고 했다.

이에 따라 라면 제조사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해 가격을 낮추더라도 지난해 인상분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외에도 현재 소매점에서 묶음, 할인 판매가 상시화된 유통 구조에서 제품 출고가를 50원 낮춰도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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