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팀에 따르면 이곳은 2004년 처음으로 적자(73억원)를 낸 후 올해까지 누적 적자 1745억원을 기록하며 빚더미에 나앉았다. 네 차례에 걸친 외부 컨설팅과 병원 리모델링에도 환자의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구호석 병원장은 지난 2일 직원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최근의) 외부 경영 컨설팅 결과 어떠한 방향으로든 병원을 지속 운영하긴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며 폐원안 상정 소식을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외부 컨설팅에서 종합병원을 대신해 건강검진센터, 요양병원 등 의료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직원들은 모두 상계, 일산 등 '형제병원'으로 고용 승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내부적으로 8월 말 폐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의사, 행정직원 등 내부 구성원들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병원 교수협의회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누적 1745억원에 달하는 '적자 행진'의 근본적인 이유가 이전에 얻은 의료 수익과 자산을 서울백병원에 재투자하지 않고 부산 등 '형제 병원'의 건립에 쏟아부은 이사회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영규 교수협의회장은 "경제적 논리만으로 폐원을 결정한다면 서울 도심의 심각한 의료공백이 초래될 것"이라며 폐원 결정 폐지와 법인 이사회와의 대화를 요구했다.
이사회 전날인 19일에는 교수협의회, 보건의료노조 등이 함께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김동민 서울백병원지부장은 "지난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의 결정에 계속되는 공사와 병상 수 축소, 의료진과 직원 감축 등 의료기관의 기능이 약화했고 이에 따라 적자 폭은 더 커졌다"며 "외부 경영 컨설팅 결과만으로 서울백병원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 도심의 의료공백을 이유로 들며 서울시 등 지자체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응도 주문했다.
공대위는 이사회가 폐원안의 상정과 처리에 속도를 내는 이유가 지난해 교육부의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 개정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사립대학 재단이 보유한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상업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게 됐는데, 명동 인근 '노른자위 땅'인 서울백병원의 부지 가치는 20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서울백병원의 경영컨설팅을 맡은 외부 업체는 앞서 제일병원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폐원 후 주거 용지 개발'을 주문한 바 있다. 실제 제일병원 용지는 매각 후 도시형 생활주택이 건립되고 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폐원을 포함한 모든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병원 부지 이용 계획 등은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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