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받아야 서열 상승…BJ 죽음으로 내몬 '엑셀 방송'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 2023.06.20 07:57
/사진=고(故) 임블리 인스타그램 캡처

생방송 중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인터넷 방송인(BJ) 임지혜씨(37·방송명 임블리)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임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배경으로는 당일 동료 BJ들과 함께 진행한 음주 방송이 꼽힌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지난 19일 오후 1시30분쯤 임씨의 사망 신고를 접수했다. 지난 11일 자택에서 생방송을 켜둔 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임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임씨는 지난 11일 경기 부천 지역의 인터넷 방송인들과 음주 방송을 진행하다가 다른 BJ들과 다툼이 벌어졌다.

해당 방송은 시청자들의 후원을 받기 위해 BJ들 간의 자극적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 참여한 시청자가 후원금 5만원을 내면 BJ가 술을 마시는 규칙이 있었고, 후원금을 많이 받은 BJ가 높은 서열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당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A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 임씨에게 "벽 보고 울어", "재수 없게 계속 운다", "애 팔지 마" 등 발언으로 자극했다. 동료 BJ들은 두 사람의 갈등을 중재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 임씨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과 행동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BJ들의 자극적 경쟁을 유도하는 인터넷 방송 문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이들이 진행한 음주 방송은 '엑셀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이전부터 아프리카TV에서 인기를 끌던 방송 형태다.

엑셀 방송은 BJ들의 이름을 엑셀에 정리하듯 나열한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유명 BJ가 게스트 BJ들을 초대, 이들이 받은 후원금 순위를 화면에 표시해 경쟁을 유도한다. BJ들은 시청자들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후원금을 받고, 주최자는 게스트 BJ들에게 수익을 분배한다.


해당 방송에 참여했던 BJ들은 대부분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다 문제를 일으켜 영구정지 조치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날 방송을 마치고 귀가한 임블리는 생방송을 켜둔 채 유서를 공개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문을 열면서 방송은 종료됐다.

임씨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두 딸을 향해 "사랑하는 내 딸들아. 부끄러운 엄마여서 미안해. 너희들 잘못은 없으니 죄책감 갖지 않길 바란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항상 너희들 곁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할게"라는 말을 남겼다.

경찰은 임씨와 음주 방송을 진행했던 BJ들을 불러 임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음주 방송에서 발생했던 성추행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또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다른 여성 BJ의 자살 방조와 모욕 등 범죄 혐의도 검토한다.

임씨는 2005년 영화 '파송송계란탁'으로 데뷔해 2006년부터 레이싱 모델로 활동했다. 2014년 결혼과 함께 모델 활동을 중단, 2018년 이혼하고 인터넷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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